머리 아픈 세상, 착한 영화보면서 '힐링'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
영화 보면서 쉬고, 영화 보면서 고민하자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3월 25일(월) 06:55
영화 그린북 스틸


영화가 현실인지 현실이 영화인지 모를 세상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성접대부터 빅뱅 멤버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사건과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거대 자본과 경찰간의 유착으로 범죄를 은닉하고 부유층 자제들은 연예인들과 뒤섞여 환각 파티를 벌였다. 마약과 성폭행 성접대와 몰래카메라, 탈세와 온갖 부정부패의 요소를 다 담고 있는 일련의 모든 사건들을 보면 '영화'가 그저그런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영화 속 악인들보다 더 파렴치하고 사악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아타깝다.



#착한 영화 보면서 잠시 '휴식'해볼까

현실이 매일같이 영화같은 세상. 생각만으로 골치가 아프고 불편하다. 그럴 땐 잠시 '현실 같은 현실 같지 않은'세상에서 쉼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이 현실같지 않은 영화 속 '착한 세상'이 또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착한 영화'를 추천한다.

총회 문화법인 사무국장 손은희 목사를 비롯해 필름포럼 심윤정 프로그래머는 착한 영화로 '그린북'(감독: 피터 패럴리)을 추천했다. 지난 1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린북'은 흑인 노예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차별과 억압이 남아있던 미국의 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완벽한 천재 피아니스트이지만 흑인인'돈 셜리'와 단순무식 운전사이자 매니저인 백인 '토니'가 진정한 벗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영화제목인 '그린북'은 여행 중 흑인이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호텔, 음식점을 열거한 가이드북이다. 심윤정 프로그래머는 "영화 자체가 착하다"면서 "백인과 흑인, 사회적 지위를 초월해 서로의 가족과 융화되어 가는 과정은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면서 이 영화를 추천했다.

최은호 목사(카페 소일교회)와 최은 영화평론가는 '칠곡가시나들'(감독: 김재환)을 추천했다. 지난 2월 개봉한 이 영화는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경북 칠곡면 약목면의 혼자된 일곱 '할매'들의 욜로 라이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평균나이 86세인 할머니들은 생전 처음 배운 한글로 사랑, 공부, 자식 등 인생에 대한 단상을 담은 시집 '시가 뭐고?'를 출간하기도 한'시인 할머니'들이다. 이 영화는 남은 인생, 하루하루 건강하고 오직 재밌게 사는 것이 목표인 칠곡 할머니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일상을 풀어낸 서정시 같은 영화다. 영화는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개봉 보름 만에 관객 수 3만7000명을 돌파하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최은호 목사는 "새로운 삶의 즐거움에 빠진 할머니들이 웃고 오는 중에 위로와 감동을 받게 된다"면서 이 영화를 추천했다.

사하라비전연구소의 나요한 목사는 힐링과 일탈 용기 등의 메시지를 건네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감독: 벤 스틸러)를 추천했다. 나 목사는 "'윌터의…'는 현실에서 부딪히는 시간, 돈, 사람의 한계를 유일하게 넘어설 수 있는 망상의 효과를 통해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보여 준다"면서 영화를 추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루한 직장인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념을 위해 싸워 온 민변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가 승진을 시켜준다는 로펌 대표의 말을 듣고 자폐아 지우를 만나 변화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증인'(감독: 이한), 어린 시절 천재 첼리스트로 주목받았던 요요마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음악가들을 섭외해 앙상블을 구성하고 3년간 떠난 음악영행을 통해 서로 '앙상블'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감독: 모건 네빌) 등이 '착한영화'로 추천됐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 정면돌파

무거운 짐을 지고 무겁게 보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러나 영화가 갖는 즐거움과 유쾌함을 넘어 그리스도인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갖고 해결에 대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끔찍한 현실이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최은 영화평론가는 "행복하고 예쁜 영화로 피로를 풀었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 영화평론가는 아수라(감독: 김성수)를 추천했다. 누리꾼들로부터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무서운 영화", "보고나면 기분 나빠지는 영화"라는 반응을 일으킨 영화 아수라는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와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 등을 중심으로 공공의 선을 위해 일해야 할 이들이 각자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끝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개봉당시 지나친 폭력성과 낮은 개연성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면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버닝썬'사건으로 '현실보다 건전한 영화'로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 교회 사제에 의한 아동 성범죄을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감독:토마스 맥카시)도 추천영화다. 이 영화는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사건을 취재하고, 결국에는 추기경과 교계가 사건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사실을 밝혀낸다. 최은 평론가는 "구조적 모순과 한계가 심각해도 그 구조적 모순과 맞서 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 영화를 추천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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