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들 고난 현장 보니 죄송한 마음 더욱 커져"

일본그리스도교회·재일대한기독교회, 3.1운동 100주년 맞아 유적지 탐방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9년 02월 27일(수) 14:26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유관순 열사에 대해 설명하는 김병호 선교사(맨 오른쪽)
사형장에서 쓰였던 밧줄을 바라보고 있는 일본 방문단.
"일본에서는 3.1운동과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해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고 있습니다. 고난을 당하고 죽으신 분들의 고통을 알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교회를 대표해서 온 우리들이 여기서 보고 느낀 것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6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견학한 일본기독교단 히사노 신이치로 총회장은 일본교회를 대표해 과거 선조들의 만행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일본그리스도교회(CCJ)와 재일대한기독교회(KCCJ)는 지난 25~28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양 교단 산하 교회에서 17명의 지원자를 받아 독립운동 현장 탐방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국 방문 중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일제의 학살이 있었던 제암리교회, 3.1운동의 장소인 탑골공원 등을 방문하고, 27일 수요일에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또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및 지역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 방문을 하기 전부터 한국의 일제 식민지 역사에 대해 선행학습을 하며 이번 방문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1월 역사학자인 서정민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으며, 한국에서도 지난 25일 장신대 이치만 교수로부터 3.1운동에 관련한 역사 강의를 들었다.

이번 한국 방문단에 참여한 청년 사이토 카나 씨(22세)는 "학창시절 일본이 한국에 어떤 짓을 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오히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식의 교육을 받았다"며 "오늘 실제로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고난을 받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니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사이토 씨는 "일본에서 배운 역사와 실제 역사가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느꼈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감명 깊게 확인하게 됐다"며 "서로의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번 방문에서 배우고 알게 된 것을 일본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 방문단을 인솔한 김병호 선교사(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는 "일본그리스도교단과 재일대한기독교회 협약 관계 속에서 매년 협의회를 진행하는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번 방문을 1년 전부터 계획하게 됐다"며 "홋카이도, 오키나와, 동경 등 일본 전역에서 특히 평신도들과 청년들이 많이 참여해 의미가 더욱 깊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정연원 선교사(오사카교회)는 "최근 일본이 자꾸만 우익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젊은이들은 가치관이 상실되고 역사의식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것은 일본인들도 그렇고 재일동포도 그렇다"며 "실질적 역사교육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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