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독립선언, 동아시아 역사에도 영향"

[ 2.8독립선언 100주년-도쿄 르포 ] 한일 역사학자,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국제심포지엄서 의의 고찰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9년 02월 10일(일) 18:50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가 한국근대사에서의 '2.8독립선언'의 의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규슈대 오노 교수 "100년전 선언, 일본 사회 '개조' 촉진하는 역할 감당"
윤경로 명예교수 "식민통치 묵인한 열강, 대가 지불 지적…시사성 커"
서정민 교수 "당시 日 크리스찬, 일제에 철저한 협력과 신앙적 양심 사이서 방황"


【일본 도쿄 = 이수진 기자】 100년 전 조선 유학생들이 외친 2.8독립선언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친 것일까. 국내 3.1만세운동 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에까지 결부되는 등 동아시아 역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열린 2.8독립선언100주년기념국제심포지엄에서 오노 야스테루 교수(규슈대)는 '동아시아사 속의 2.8 독립선언'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며, "2.8독립선언은 일본사에 있어서는 제1차 세계대전 종결 후에 일본 사회의 '개조'를 촉진하는 역할을 감당했으며, 대만사에서는 대만인이 자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민족운동을 전개하는 계기가, 중국사에서는 5.4운동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당시 일본에 유학온 조선학생들은 중국, 대만, 일본인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으며, 1915년 신아동맹당이라는 비밀결사가 조직되는데 이 회합에는 중국, 조선, 대만인 동지 30명이 참석했다"면서, "참가한 이들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으로부터의 해방을 목적으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신아동맹당의 주요 활동장소는 중화유일기독교청년회였으며, 이는 재일조선YMCA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신아동맹당은 2년 후 자진 해산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다수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고국에서 독립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윤경로 명예교수(한성대)의 '한국 근대사에서의 2.8독립선언의 의의'와 서정민 교수(메이지학원대학)의 '한일 기독교 역사를 통해 보는 2.8독립선언과 3.1운동'에 대한 논문도 발표됐다.

윤경로 명예교수는 "당시 선언문은 조선은 역사가 깊으며 자주적이고 독립된 국가임을 천명하고, 일본의 강제병합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면서 그 행위가 사기와 폭력으로 비롯된 것이라고 꾸짖고 있으며, 이어 일본의 반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식민정책을 질타하고 있다"고 2.8독립선언의 내용을 분석했다.

또한 윤 명예교수는 "선언문은 일본의 민족차별정책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암묵적으로 지지한 미국과 영국을 향해 '잘못의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이 대목은 100년이 지난 오늘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일의 기독교역사를 통해 2.8독립선언과 3.1운동을 고찰하는 서정민 메이지학원대학 교수.
서정민 교수는 동경 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 움직임과 중국에서의 독립운동 단체, 국내의 독립선언 운동 조직 간의 유기적 삼각연대 결과가 3.1운동의 직접적인 배경인 것으로 봤다. 특히 3.1운동의 중심엔 당시 신흥 외래 종교에 지나지 않은 기독교가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중국의 여운형과 신한청년단, 일본의 조선유학생학우회, 국내외 서북지역 운동세력 등은 대부분 기독교인이 주축인 공동체였다"면서, "여기서 실제적인 3.1운동 계획, 사전 독립선언 준비, 조직의 연결과 확산, 운동의 방향성과 방법론이 집약됐다"고 분석했다.

강력한 무단통치가 이뤄지던 당시, 한국인들의 자율적 조직이나 연락구조가 상실하거나 일제에 의해 장악된 상태에서 기독교의 직간접 조직은 거의 유일한 3.1운동의 네트워크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기독교학교인 연희전문의 김원벽, 세브란스병원의 이갑성, YMCA의 박희도 등으로 상징되는 전국의 기독교조직이 가동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3.1운동 당시 일본 크리스찬의 입장은 일본제국에 대한 철저한 협력, 인도주의적 도덕성·신앙적 양심 사이에서 방황한 흔적이 여러 사료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일본 기독교인 중에는 3.1운동을 한국기독교인들의 편협한 애국심과 유대주의적 미성숙한 신앙심에 의해 야기된 소요사태로 진단하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진보적 크리스찬 정치학자인 요시노 사쿠조의 경우 조선총독부의 차별정책, 조선인의 공정치 못한 정책으로 야기된 불만을 그 원인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2.8독립선언 100주년-도쿄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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