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 신드롬과 한국사회

[ 시론 ]

이규민 교수
2019년 01월 29일(화) 14:31
요즘 '스카이 캐슬'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JTBC에서 첫 방송이 1.7%의 시청률로 시작한 것이 17회 20%, 18회 23%를 기록하여 드라마 시청률을 계속 경신하고 있고, '한국-카타르 아시안컵 8강 경기' 중계로 인해 스카이 캐슬 19회분이 결방됨을 대한축구협회가 사과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가히 '스카이 캐슬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대체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카이 캐슬'에 빠져들게 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 한국사회에 '입시', '교육', '경쟁'은 어느 누구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첫째, '입시'는 공정해야 한다. 공정한 기회, 출제, 평가를 위한 합리적 체계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 정직한 수고와 땀을 흘린 사람이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허탈, 냉소,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부모, 학원, 입시전문가가 학생을 대신하는 불합리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교육'은 전인적이고 입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좌뇌를 기반으로 한 분석-논리-이성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우뇌의 통합-직관-감성적 접근도 중요하다. 암기와 대입 능력도 필요하지만 응용 및 활용 능력도 중요하다. 단과대학과 전공마다 필요로 하는 소양, 전문성, 역량을 맞춤식으로 교육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서열화, 획일화된 대학 줄 세우기를 그만 두어야 한다. 여러 단과대학, 특수대학, 종합대학교의 강점을 특성화하여 다양화, 다변화, 다층화를 시도해야 한다. 세계의 명문대학들이 탈전공, 탈학과, 탈학교를 시도할 뿐 아니라 대학 간의 컨소시엄(consortium)을 통해 새 시대의 글로벌 리더들을 양성하고 있다.

셋째, '경쟁'은 적절한 균형과 함께 바른 목표를 향해 정향(定向)되어야 한다. 물고기도 경쟁하고 나무들도 경쟁한다. 개인과 역사 발전을 위해서도 경쟁은 필요하다. 하지만 레드 오션(red ocean), 무한 경쟁(unlimited competition),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은 답이 아니다. 결국 모두가 죽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가족, 학교,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들 간에 그리고 같은 교회 교인들 간에도 경쟁이 벌어진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경쟁과 함께 유대와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대, 연대, 협력 없는 경쟁은 살리는 경쟁이 아닌 죽이는 경쟁이 되고 만다.

'무엇을 향한 경쟁인가?'가 중요하다. 자기 확장, 자기 야망을 향한 경쟁은 허무와 죽음으로 끝난다. 참된 경쟁은 '경쟁'보다는 '경주'가 되어야 한다. 부르심의 푯대를 향해 달려야 한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 옆에 경쟁 주자들이 있어야 지치지 않는다. 경쟁 주자들이 있어야 자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뛰다 보면 앞설 때도 있고 뒤질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 우리가 받을 상급은, 순위에 상관없이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마25:21)라는 인정과 칭찬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곳에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보다 멀리가기 위해, 보다 높이서기 위해 끝없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 졸업장이, 잘난 자녀가, 많은 저서가, 교인이, 물질과 권력이 과연 생명과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를.

20회 방영과 함께 '스카이 캐슬 신드롬'도 막을 내린다. 캐슬(Castle)은 왕이 거하는 궁전(Royal Residence)이다.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나의 왕은 누구인가?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참된 비전은 무엇인가? 찬송 438장 곡조처럼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이다. 우리의 영원한 캐슬은 'SKY'가 아닌 '하늘나라(Kingdom of Heaven)'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규민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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