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이야기 하는 목회 꿈꿔요"

세계적 사진대회에서 대상 수상한 홍우림 작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9년 01월 26일(토) 07:46
홍우림 작가의 작품 'a light in the darkness'
자신의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우림 작가.
"아이티 시티솔레에서 고아원 촬영 마지막 날이었어요. 고아원 원장님의 안내를 받아 방 문을 열었더니 어두 컴컴한 방에서 한줄기 빛에 의지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어요. 사진작가로서 이건 꼭 찍어야 된다는 감이 왔어요. 급하게 셔터를 눌렀더니 배터리가 없는거예요. 손을 벌벌 떨면서 배터리를 흔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더니 딱 두장이 찍히더라구요. 그런데 손이 떨려 사진이 흔들린거예요. 다시 한번 기도하고 배터리를 결합했더니 딱 한장 찍고 배터리 아웃이 됐죠. 그 마지막 한장이 전문가들의 찬사를 가장 크게 받은 '어둠 속의 한줄기 빛(a light in the darkness)'이라는 작품이었어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사이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홍우림 작가가 최근 세계적인 국제사진 공모전 '인터내셔널 포토그라피 어워드(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에디토리얼(Editorial) 부문에서 'City Soleil : Eager to learn'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동시에 올해의 사진가(Editorial Photograph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특히 위에 언급된 작품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혼에 비치는 빛이 느껴지는 따스한 사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작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운증후군을 앓던 동생을 먼저 천국으로 보내면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서른 한살에 목사 안수를 받은 홍 작가는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도 소외된 이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고민 끝에 목회 사역을 내려놓고 과감히 미국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이라는 대학교의 학생으로 입학했다. 띠동갑 아래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도 6번의 장학금을 받고,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학생으로 뽑힐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는 방학이나 긴 휴강이 있을 때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 프랭스의 한 작은 마을 시티솔레(City Soleil)를 찾았다. 이곳은 무장 갱단이 존재해 총기 사건은 물론, 강간과 강도 사건이 빈번한 위험지역이다. 이곳에서 사역하는 김승돈 선교사를 만나 시티솔레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는 방학 때마다 시티솔레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아이티 사람들을 피사체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 한명 한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홍 작가는 사진을 찍기 전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친숙한 사이가 된 후 사진기를 조심스럽게 들이민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도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혹시 까먹을까봐 수첩에 이름을 기록해두기도 한다. 홍 작가는 "아이티에서 아이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교육과 후원이 필요하다. 한번 사진 찍고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울 것"이라며 "비록 낯선 동양인이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만드는 예수님의 복음 이야기를 전세계에 전한다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사인 홍 작가는 사진을 영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카메라는 빛을 담는 것이고, 우리에게 빛은 예수님이잖아요. 제가 빛을 담는다고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빛을 주시는 분의 그 빛을 누군가 카메라로 담아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무언가를 찍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사진을 선물로 받는 것 같아요."

오는 4월 학교를 졸업하는 홍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티인들을 돕기 위한 자선사업을 펼칠 구상을 하고 있다. 아울러 사진 전문가이자 선교사로서 교육선교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이틀 뒤 홍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도쿄 인터내셔널 포토 어워드(TIFA)에서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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