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종을 살리시는 하나님

[ 목양칼럼 ] 이정곤 목사4

이정곤 목사
2019년 01월 25일(금) 16:22
스스로 목회를 열심히 한다는 의로움에 가득찼던 적이 있었다. 의로움이 클수록 섭섭함에 대한 분노도 커지기 마련이다. 필자에게도 그 분노가 심하게 일어날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하나님은 기도 중인 필자에게 깜짝놀랄 환상을 보여 주셨다. 24년 전이었다. 내가 죄를 짓는 모습이 영상처럼 눈 앞을 지나갔고, 놀란 필자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스스로의 의로움에 사로잡힌 필자에게 조용히 깨달음을 주셨다.

17년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는 늘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에 마음이 아팠는데, 자신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함에 무능함을 느끼며 우울함에 빠졌다. 그때 하나님은 다시 기도 중에 내적 음성을 들려주셨다. '네 할 일만 해라, 나머지는 내가 한다.' 그래서 내가 맡은 부목사의 직분을 열심히 감당하기로 마음먹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7개월쯤 지나자 다시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자 하나님은 또 기도 중 말씀하셨다. '그래 너는 무능하다. 처음부터 무능했다. 그러나 무능한 너를 내가 불렀다.' 주님의 그 음성은 내 몸과 마음을 거세게 휘저었다. 그 후 무능감을 느낄 때마다 곧 나를 부르신 하나님께 주목하며 다시 힘을 얻곤 했다.

평소 자신도 모르게 화를 잘 내던 성도가 있었다. 어느 주일이었다. 주보에 자신이 속한 남선교회 월례회 광고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일 예배 후 계속 소리를 지르며 성도들을 불안케 했다. 나는 그 분을 내 목양실로 불렀다. 그리고는 그 분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며 사과했다. 수치심은 없었다. 그 분은 화들짝 놀라 방에서 나갔다. 잠시 후 문을 조금 열더니 얼굴을 살짝 보이며 말하였다. "미안해요!" 그 뒤로 그 분은 180도 변화됐다.

한 성도가 암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나는 면회시간에 열심히 심방하며 기도했다. 어느날은 하루에 두 번 가기도 했다. 여러 날을 그렇게 했다. 중환자실 환자 침상 밑에 돗자리를 비치해 두고 면회시간이 끝날 때까지 말린 돗자리 위에 무릎을 꿇고 성도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 후 병원에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장례를 준비하라고 했다. 교회에서도 장례 준비를 어떻게 할까 의논했다. 그런데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났다. 그 성도는 살아나 수 년을 더 살았다.

필자는 앞에 네 가지 경험을 자주 떠올리며 생각하곤 한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그렇다. 하나님은 목회자가 스스로 높아지고자 하면 낮추시고, 낙심할 땐 어떻게 해서든 일으켜 세워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언제나 '건강한 마음'을 갖기 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목회자는 성도를 위해 죽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 죽고자 하는 마음 속에 놀랍게도 천국의 기쁨과 평안이 감추어져 있으니 말이다.

이정곤 목사 / 당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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