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직을 바꾸는 시간

2월의 목회계획-제직수련의 달

황영태 목사
2019년 01월 11일(금) 15:02
제직들은 교회를 떠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다. 제직이 튼튼하고 자기 역할을 다한다면, 교회는 생동감있게 세상을 바꾸어가는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될 것이다. 제직들은 온 교회가 합의하여 세운 교회의 지도자들이다. 한 교회 안에 제직들보다 더 나은 검증된 일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잘 훈련시켜서 복음 사역에 동역자로 삼는 것이 목회자의 중요한 책임이자 기회이다. 목회자라면 누구나 제직들이 사명감을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하기 원한다. 또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동력화시켜 충성된 일꾼으로 성장시키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고민이다.

2월은 제직들을 훈련하기 좋은 달이다. 연거푸 다가오는 설교들로 부담이 되던 성탄절과 연말이 지나고, 각 부서가 자리잡기에 분주한 1월도 지났기에, 2월은 여유를 가지고 한 해의 일꾼들로 세움 받은 제직들을 잘 훈련시켜서, 각자가 자기의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세워주기에 적절한 달이다. 재미있고 뜻 깊은 훈련으로 동기를 부여해주고, 믿음을 북돋우어 줌으로써, 그들이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제바시'(제직을 바꾸는 시간)는 요즘 세간에서 인기 있는 프로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를 페러디한 것이다. 지금까지 교회들이 해 온 제직훈련은, 권위있는 목사와 특강 강사가 교인들을, 그들은 잘 모른다는 가정 하에 일방적으로 가르쳐 왔다. 상명하달 또는 하향식 교육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페러다임을 바꾸어 상호교류 또는 수평적 교육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현대인들은 더 이상 윗사람이라고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길 바라고, 스스로 배워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창조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교회 교육도 이런 변화된 사람들에게 맞게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제직들 스스로가 교육의 주체가 되도록 하자. 일단 제직들이 모이기 쉬운 시간을 잡자. 따로 날을 정하는 것 보다는 기존 공예배를 이용하는 편이 모이기에 수월하다. 주일 오후 예배나 수요성경연구 시간, 또는 금요기도회 시간에 제직수련회로 모이는 방안을 고려해 봄직하다. 목회자나 참여자들도 따로 시간을 내는 것보다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연속으로 3~4주, 매주 수요일을 제직수련회로 잡는다. 그러면 꽤 많은 시간을 얻을 수 있다.

강의 주체는 담임목사와 다른 분들이 함께 담당한다. 즉, 첫째 수요일은 담임목사와 부목사들(부목사가 없는 교회는 장로들)이 담당한다. 모여서 처음 10분간은 찬양을 하고, 다음 10분간 목사의 메시지를 듣고, 다음은 15분씩 부목사들이 돌아가면서 '제바시'를 진행한다. 각자가 자유롭게 주제를 정하여 나름의 제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지막 5~10분은 결단의 기도로 마무리를 한다. 한시간 또는 한 시간 반 만에 첫째 날 제직수련회가 마치게 된다.

둘째 수요일은 목사와 장로들이, 셋째 수요일은 목사와 권사들이, 넷째 수요일은 목사와 안수집사들, 그리고 서리집사들도 그렇게 참여하여 진행한다. 개교회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형태를 취할 수 있다.

강의 내용은 무엇이 될까? 목사는 메시지를 할 수도, 강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신도들은 설교나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제직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소개한다. 이로써 발표하는 자신이 먼저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또한 듣는 다른 이들도 각자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되고 공감과 격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교회 안에는 비록 남들 앞에서는 수줍음을 잘 타지만 의외로 깊은 감명을 주는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격려하여 믿음으로 사는 제직으로서의 삶을 나누게 한다면, 그 자체로 소통이 일어날 뿐 아니라, 발표자와 청중 모두 자기 삶 속에서 스스로 헌신을 찾아가게 되고, 제직 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열린 제직수련회를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유명한 강사의 특강보다도 더 훌륭하게 제직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하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의 성도들은 목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나눌 줄 안다. 현대는 보통 사람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세바시'에서는 일반인들도 직접 참여하여 어떤 사건이 자신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을 소개하면서 모두에게 공감을 준다. 한 시간 강의를 듣기만 한다면 지루하지만, 이처럼 제직들이 직접 참여하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된다. 또한 어떤 이는 영상으로, 어떤 이는 실물을 보여 줌으로, 어떤 이는 우스운 이야기와 노래, 시연 등으로, 각자 창의력을 발휘하면, 재미있고 유익한 제직수련회가 될 수 있다.

올해 제직수련회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친근한 소통이 일어나고, 신선한 감동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사랑 가득한 결단의 장이 된다면, 이런 든든한 기둥들로 세워지는 교회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황영태 목사/안동교회



{황영태 목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