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관계에서 평화공동체의 동반자로

[ 시론 ]

이삼열 이사장
2019년 01월 02일(수) 10:40
지난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의 철도를 잇는 착공식이 열렸다.

남북의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조촐한 행사였지만, 그 역사적 의미는 분단 70여년의 두터운 장벽을 남북이 함께 헐기 시작한 거창한 출발이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를 연결하며 현대화하려는 이 착공식은 지난 12월 22일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1.7Km 남북 군사도로를 연결한 사건과 연계해 본다면 6.25 전쟁 후 분단선으로 고착된 휴전선 비무장 지대 가시철망을 뚫고 철도와 도로를 아은 거사로 분단의 비극과 고통을 안고 지내온 우리 민족에겐 참으로 기쁜 성탄 선물이었다.

물론 착공식을 했다고 공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며, 또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공사와 현대화작업이 이루어진다 해도 아직은 기차를 타고 평양이나 백두산 관광을 하겠다는 꿈이 실현되기에는 넘어야할 산맥이 겹겹이 놓여있다.

착공식은 허락했지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려 철도현대화 공사가 추진될 수 있을지, 설사 공사가 완공 되어 기차가 다닐 수 있다 해도 물류와 인류의 왕래가 가능할지 의문과 위험요소는 여기저기 깔려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못 마땅해 하는 보수세력들은 착공식을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비꼬며 무시했고, 서울역에 나와 피켓을 든 일부 시민들은 '살인 독재자 김정은과 철도연결, 적화목적 결사반대' 라는 문구를 써들기도 했다. 독재자가 있는 나라에도 선량한 국민들을 위한 철도는 있어야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정말 기적처럼 오게 된 한반도 평화의 봄은 우연히 온 것이 아니며 분단의 고통에 시달린 우리 민족의 오랜 기도와 노력의 결실이다.

한국의 기독교 교회들도 적대적 분단을 극복하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 80년대부터 노력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88년 선언과 95년 희년 선언 등을 비롯해 평화협정을 통한 평화체제를 계속 주장하며 힘써왔다.

필자는 지난해에 일어난 기적적인 일들을 보면서 많은 반대와 비판을 무릅쓰고 북한 교회와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온 기독교 평화 통일 운동이 70여년 동안 굳게 얼어붙었던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데 한몫 기여했다고 확신한다.

이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평화를 만드는 자가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산상보훈의 말씀을 굳게 믿고,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북한과의 막힌 담을 헐고, 원수된 관계를 폐하고, 둘로 하나를 만드신 주님의 교훈을 따라, 체제와 이념이 다른 북한과도 화해하며 평화롭게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다시 힘차게 나서야한다.

북한에서 기독교가 탄압받고 순교당한 교인들의 과거사는 잊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원수관계를 풀고 평화공동체의 동반자로 받아드리는 것이 기독교신앙의 길임을 교회는 가르쳐야한다.

이삼열 이사장(대화문화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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