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 36개월 교정시설 근무 확정

국방부, 대체복무 관련 입법예고 … 교계는 진보와 보수 의견 갈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12월 28일(금) 17:23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36개월 교정시설 확정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정부의 대체복무 방안이 36개월 교정시설 근무로 확정되어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지난 12월 28일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무지를 교정시설로 정한 것은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며, 기간도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 수준을 고려해 36개월로 정했다고 밝혔다.

단, 현행 36개월인 복무기간은 제도정착 이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복무기간이 상황 변화에 따라 24개월까지 줄어들거나 48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도 있어 사실상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 중 대체복무 대상자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되며, 대체복무 인원은 연간 600명 수준을 유지하되,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행 첫해에는 1천200명 규모로 대상자를 선발키로 했다. 대체복무 관련 법안은 향후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입법과정 거쳐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방안이 마련되게 된 것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병역의 종류)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데 이어, 11월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신도 중 한 명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대법관들은 판결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단지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한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며 "병역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른 어떤 제재라도 감수하고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명시하며,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판결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4명의 대법관들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는 등의 의견을 냈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1953년 군형법상 항명죄로 첫 처벌이 내려진 이후 1968년 7월 대법원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판례를 확정해 지금까지 그 판례를 유지해 왔었다. 2004년 대법원은 일부 하급심에서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전원합의체를 열어 다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1968년에 확립된 유죄 판례를 유지한 바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950년경부터 현재까지 약 2만 명이 형사처벌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징벌이 소수자 인권문제로 불거져 최근 인권적 측면에서 이들을 구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체복무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적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인권 증진 계기'…'병역기피 수단 악용'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내에서도 진보와 보수측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진보 성향의 NCCK 인권센터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고, 보수성향의 한기총, 한기연과 정치적 색깔을 띠지 않는 미래목회포럼 등은 이를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11월 1일 대법원 판결이 나자 NCCK 인권센터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심적 신념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옳은 결정"이며 "한국사회의 평화정착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증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었으며, 한기연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군대 가지 않기 위해 '나도 종교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성명을 낸 바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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