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사죄합니다!

[ 목양칼럼 ] 이정곤 목사1

이정곤 목사
2019년 01월 04일(금) 14:57
우리교회는 2005년부터 일본 오츠시(교토 인근)에 있는 오츠침례교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양쪽이 서로 오간 횟수가 9회이다. 그 외 일본 성도들이 개별적으로 한국에 관광올 때마다 주일예배를 우리교회에서 드리곤 했다.

우리가 처음 그곳을 방문해 예배를 드릴 때였다. 내게 설교를 부탁했기에 순서에 맞춰 강단에 올랐다. 그런데 예배를 인도하던 하마사키 목사가 나를 잠시 세우더니 마주보며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일본이 그동안 한국에 대해 잘못한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곧 그 분의 마음을 느끼고, 나 역시 정중히 숙이며 "주님의 이름으로 용서합니다!"라고 말하고, 서로 깊이 포옹하며 다시 한 번 "사죄합니다!", "용서합니다!"의 말을 주고 받았다.

나로서는 참으로 감격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멍하기도 했다. 필자는 선생님의 영향으로 중학생 때부터 일본을 많이 미워했다. 고등학생 때도 그러했다. 그러나 대학생 때 빌리 그래함 목사님이 여의도집회에서 "하나님은 모든 민족을 사랑하십니다!" 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려, 고심(?) 끝에 일본을 사랑하기로 결심했었다. 담임목사가 된 후 기도하며 주님의 사랑으로 일본을 사랑하는 길을 찾다가, 오츠교회를 만난 것이다.

다시 앞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예배를 마친 후 일본 성도 한 분이 자진해 짧은 간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지난 3년 동안 상한 마음이 있어서 시어머니와 등지고 살았는데, 오늘 두 목사님이 서로 사죄하고 용서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뜨거워졌고, 자신도 시어머니를 용서하고, 다시 찾아가기로 다짐했노라고 고백했다. 그 자리에 모인 두 나라의 기독교인들은 모두 뜨겁게 박수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 뒤 1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두 교회는 가족 같이 친밀해졌다.

우리 사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집단 간에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심화되는 형국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생명의 진리를 훈련하는 교회마저도 점점 더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고민이 깊어진다. 하나님의 사랑은 무엇일까? 분명 사랑이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일텐데 말이다. 사회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하나님의 사랑을 담지한 공동체가 교회 아닌가? 일본교회와의 교류를 통해 얻은 작은 지혜가 내 안에서 울려 퍼진다. '답은 있어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내 안에서 먼저 충만하기를… 목마른 사슴처럼 갈망하고 울부짖는 거예요! 울부짖음! 우리가 하나님 앞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이정곤 목사 / 당산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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