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의 꿈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8년 12월 28일(금) 10:00
금강소나무의 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종은 소나무이다. 소나무 중에서 최상의 목재는 춘양목(春陽木)을 꼽는다. 경상북도 봉화군의 춘양역을 통해서 출하된 금강소나무에 붙은 별칭이다. 1920년대에 춘양목재주식회사가 봉화 인근 백두대간의 소나무 목재를 춘양역을 통해서 공급했다. 덕분에 경상북도 북부와 강원도 남부에서 생산되는 금강소나무의 대명사가 되었다. 마치 기아자동차의 봉고가 미니승합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과 같다.

춘양목은 다른 말로 황장목(黃腸木)이라 부른다. 나무속이 짙은 황갈색이라 붙은 이름이다. 금강소나무가 다른 소나무와 같은 굵기가 되려면 세 배의 세월이 더 걸린다. 더디 자라는 탓이다. 대신 나이테가 3배 촘촘하고 나무결도 곱고 아름답다. 미송보다 횡인장 강도가 2배 이상 강하고 쉽게 썩지 않는다. 판재가 말라도 뒤틀림이 적어서 임금이나 고관의 관을 만들 때 사용했다. 경복궁을 지을 때 사용한 춘양목을 재사용할만큼 재질이 단단하다.

옛부터 궁궐이나 좋은 한옥을 지을 때 춘양목을 사용했다. 뗏목을 엮어서 한강에 통해 한양으로 가지고 갔다. 일제 때는 이 일대 금강소나무가 수난을 당했다. 수없이 잘려서 일본으로 실려나갔다. 밑둥 굵기가 2미터 가량되는 나무들도 적지 않았다. 그루터기에 장정 6명이 앉아서 도시락을 먹었다고 했다. 2008년에 소실된 숭례문을 복원할 때 춘양목이 항간에 오르내렸다. 봉화 주민 한 분이 기증한 100년 된 춘양목은 한 그루에 1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해방 후에는 전쟁과 광산개발로 금강소나무 수요가 폭발했다.

산림청은 2001년에 봉화 문수산의 금강소나무 생육지를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하고, 101ha의 숲에 평균 지름 46cm, 평균 높이 21m의 금상송 1,488그루를 문화재용 목재로 지정했다. 태부족한 문화재용 목재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생산림의 주제는 '100년 후의 영광을 위한 기다림'이다. 문화재용 목재는 지름 42cm이상 되어야 한다. 지름 72cm 가량이 되어야 기둥으로 쓸 수 있다. 앞으로 100년 더 기다려야 지정목들을 사용할 수 있다.

금강소나무는 춘양면 외에도 인근 생태경영림에서도 자라고 있다. 봉화군 소천면 고선·대현리(2,157ha),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346ha), 울진 소광리(2,274ha) 등에 생태경영림이 조성되어 있다. 소광리는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조선시대부터 황장봉산으로 지정해서 금강소나무를 보호했다. 최근 일부 열린 외씨버선길이 생태경열림을 지나간다. 외씨버선길은 경북과 강원의 2개 도, 청송·영양·봉화·영월의 4개 룬의 마을길과 산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성장이후의 시대를 맞이했다. 각 교단마다 교세 통계상으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해서 2012년 이후에는 거의 모든 교단이 동일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회성장의 측면에서는 겨울철을 맞이한 것이다. 겨울철을 나는 지혜를 춘양목에서 얻을 수 있다. 천천히 자라는대신 춘양목처럼 곱고 단단한 재목으로 자랄 수 있다. 춘양목 중에서 으뜸은 산의 북쪽 사면에서 자라난 금강소나무를 친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 천천히 자라고 겨울철 매서운 추위 속에서 나이테가 단단하게 자리잡기 때문이다.

교회사의 이치도 다를 바 없다. 한국교회가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 단단하고 고운 재목으로 자랄 수 있다. 교회사의 겨울을 잘 견디면 북쪽 사면에서 자란 춘양목처럼 귀한 재목이 될 것이다. 장차 하나님께서 찾으실 때 문화재급 기둥으로 쓰임받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와 세계를 버티는 든든한 기둥이 될 것이다.



변창배 목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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