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할 수 없는 일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8년 12월 24일(월) 10:50
당당할 수 없는 일



얼마전 7살 난 딸 아이의 친구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6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하게 됐고, 3개월이 넘을 때까지 대표가 결제를 미뤄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푸념같은 하소연이 오고 갔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출산 이후 숱한 고비를 잘 넘겨오다가도 초등학교 입학 즈음엔 결국 직장을 포기한다. 그래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종일반'이 운영되지만 '초딩'부터는 육아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3월 신학기를 전후로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20~40대 직장인 여성 가입자 1만 5841명이 회사를 퇴직해 남편이나 가족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흡수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중 상당수가 초등생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 간 국민신문고에 기혼 직장 여성들이 제기한 민원 5781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돌보는 데 따른 고충 민원이 3486건(60.3%)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를 보면 임신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초등학교 입학기에는 10시 출근제가 적용된다. 이미 출산·육아 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직장에서는 사직을 요구 받거나, '눈치'가 보여서 못한다. 올해부터 시행된 '초등학교 1학년 입학기 부모 10시 출근제'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한 민간의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꿈'이다. 교회라고 다를까. (비정규직인) 여교역자들의 경우 출산의 시작은 사역의 끝이다. 출산휴가가 보장된 교단은 현재까지 성공회가 유일하다. 그렇다고 (부목사)'아빠'의 육아휴직은 상상도 안된다. 교회 밖이든 안이든 '육아'는 여전히 당당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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