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한국쓰레기...선교에도 악영향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 반입...현지 환경단체 시위
현지 선교사 및 환경운동가, "한국교회가 환경 운동 앞장서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12월 13일(목) 11:12
한국산 쓰레기 반입을 항의하며 시위에 나선 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 /사진 그린피스
필리핀에 반입된 한국의 불법 플라스틱 더미에서 한국 상표의 물건들이 보인다. /사진 그린피스
"플라스틱 쓰레기를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한국으로 돌려보내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감사와 감동의 소식이 아닌 부끄러움과 분노의 소식이 필리핀으로부터 날아와 우울함을 전하고 있다. 위의 구호는 최근 필리핀으로 수입된 한국산 쓰레기 5100t이 아직까지 한국으로 반송되지 않고 있어 지난달 28일 필리핀의 환경단체가 가두시위를 벌이며 외친 구호다.

최근 6500톤의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우리나라의 한 재활용 업체에 의해 '재활용 공정을 거친 폐기물 원료'로 둔갑해 불법 수출된 것이 적발되어 필리핀의 환경단체 에코웨이스트연합(Eco-waste Coalition) 회원들이 격렬히 시위하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지난 10일 쓰레기 사진을 공개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이러한 한국 자본의 만행은 필리핀 내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켜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에게도 간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현재 이 쓰레기 중 5100톤은 민다나오섬에 방치되어 있으며, 나머지 1400톤도 51개 컨테이너에 보관된 채 압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웨이스트연합은 관세청이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반환을 최우선 업무로 삼아 신속하게 처리할 것과 적법한 수입통관 절차 없이 한국발 쓰레기 반입을 승인한 관세청 담당자의 책임을 묻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 그리고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수입업자를 처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발하는 뉴스가 여러차례 보도되는가 하면 필리핀 관세청은 한국으로 반송 절차를 밟고 있다.

전 필리핀-한국 엔지오네트워크 회장인 이철용 목사(캠프 대표)는 "많은 한국의 목회자, 선교사 및 교인들이 필리핀 주민들을 섬기며 자랑스러운 사역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대외적으로 전국방송을 타면서 굉장히 미안하고 부끄럽다"며 "필리핀 내 한국 이미지 추락은 분명 선교사들에게도 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총회 파송 박선호 선교사도 "이번 사태를 접하며 찹찹한 심경을 금치 못했다"며 "자본중심의 논리로 한국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쓰레기를 필리핀으로 가져온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선교사는 "하나님 만드신 창조세계를 회복시키는 게 선교의 과제인데 사실 선교현장에서는 한사람 한사람 전도하는데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선교사들이 선교현장에 나올 때 환경문제 등과 같은 그 사회의 공적 문제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나오면 이러한 문제에 보다 깊이 현지인들과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교사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교회 내에서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그리스도인들은 비닐과 플라스틱을 쓰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회심하며, 자기의 필요를 꼭 플라스틱으로 채워야 하는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생활필수품은 물론 폐플라스틱 발생량 자체가 너무 많아 먹고, 입고, 사용하는 것의 전환을 고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이번 필리핀에서의 사건을 보며 한국교회 안에서 플라스틱 사용 자제를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며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 불편함 속에 하나님의 기뻐하심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신앙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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