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돌보아야 할 영혼, 가정 밖 청소년

[ 현장칼럼 ]

김형근 소장
2018년 12월 17일(월) 10:00
교회가 돌보아야 할 영혼, 가정 밖 청소년



월드컵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여름, 청소년쉼터를 설립·준비하던 군포하나로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이하 하나로)에서 청소년들을 처음 만났다.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던 첫 직장이었다. 월드컵 응원에 버금갈 정도로 열정도 있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공부했다. 그때 하나로는 1991년부터 온누리교회의 첫 긍휼사역지로 늘어나는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어 청소년검정고시반을 활성화하고 그룹홈을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었다. 1998년 IMF 이후 여러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두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가 전국적으로 생기고 있던 시기였다.

필자에게 맡겨진 첫 업무는 주간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전일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담당자로, 야간에는 쉼터에서 생활하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업무였다. 청소년들을 만나며 하나로에 나오는 욕구를 분석해보니 처음은 검정고시를 합격해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것이고 다음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진로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 좀 더 배운 내가 선생으로서 잘 가르치고 이끌어 주자'라며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공부하며 몇몇 과목은 학원강사 수준으로 가르치고자 노력했다. 자원봉사자 교사들과 함께 노력한 덕분에 시험 합격률은 꽤 높았고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청소년들도 늘어났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자 했지만, 가르치면서 고민이 생겨났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에게 단시간에 또 시험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는지만 가르치고 있구나'라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배운다'라는 것이 딱딱한 교과서와 시험으로 연결되어 흥미를 잃어버리고 배움과는 담을 쌓고 살아 갈 것이 걱정이 됐다.

그런 고민 속에서 그동안 하고 있던 다양한 활동들에 더 의미를 찾고 확정하고자 했다. 검정고시 시험기간이 아닌 오후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했는데 도예, 목공, 밭농사 등의 노작활동과 체육활동, 봉사활동이었다. 공부만 하겠다고 온 친구들이지만, 어떤 청소년은 사회성이 부족해서 활동이나 캠프를 통해서 어울리는 것이 필요해 보였고 어떤 청소년은 분노조절이 어려워 집단 안에서 분노조절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를 해주는 학습지도 봉사자를 통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해가니 조금씩 참여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이제 하나로가 청소년쉼터로 운영된 지 16년이 되었고 설립 초기에 만났던 아이들은 30대 중반이 되었다. 지난달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홈커밍데이에서 이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었음을 다들 감사해 한다. 또 초기에는 교사 입장에서 가르치고자 했지만 생활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열정만 있고 부족함이 많았던 시절이었지만 그때 그 아이들 역시 나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묵묵히 견디어 주었다.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앎(배움)은 삶을 앞서지 않고 함께 가는 것'임을 말이다.



김형근 소장/군포하나로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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