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문화로 보는 한반도의 오늘

[ 연중기획 ] 열려라 통일

임성빈 총장
2018년 12월 21일(금) 08:35
한반도의 오늘, 그 중에서도 한국교회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별히 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교회의 위기는 기독교적 문화가 지닌 영향력의 감소에 있다. 하지만 더욱 치명적 위기는 기독교 교리와 상징이 신자들의 실제 일상생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오늘날 기독교의 문화상징인 십자가는 이웃을 위한 희생과 대속적 구원, 생명 나눔의 상징으로 보이기보다는 소비문화 속에서 아름다움과 독특한 패션을 추구하는 이익의 도구로 심지어는 종교적 권력의 상징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화적 상징이나 종교가 주장하는 이론은 그것들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실행에 도움이 되는 사회 문화와 제도와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만약 종교적 주장이나 이론이 실제적으로 구현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즉 종교적 주장이나 이론은 실천으로 구현될 때, 종교의 진실성을 지켜내고 본연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실천과 행위들이 하나님 나라의 문화관과 가치들을 한반도의 사회문화 안에서 구체적으로 형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기한다.

첫째,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실천하는 문화형성에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교회의 실천은 한반도 통일과 문화통합에 필요한 구체적 방향성과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남과 북의 자체모순과 서로간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자기-찾기를 위한 몸부림이 소비문화의 구조 속에서 욕망에 의한 소비로 나타나는 남한의 문화를 극복하고, 사람중심을 주창하는 주체사상의 목적지상주의가 수령 중심과 허영적 자존심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성이 제시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러한 방향성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존엄성과 '청지기'로 상징되는 삶의 목적에 대한 초월적 토대를 제공하는 성서적 세계관과 가치관에 대한 인식과 실천으로 남북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점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과 실천은 교회의 모습과 사역에 대한 돌아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회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계급과 구매력을 초월하여 존중하고, 인간중심적인 세상 욕망의 초월을 실천할 때에야 교회가 제시하는 문화관과 가치가 세상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교회는 우리 민족에게 '열린 민족공동체'로서의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역사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민족제일주의'식의 전체주의적 민족주의나 포스트모던적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열린 민족공동체'에 대한 신학적 토대는 공동선을 지향하는 하나님 중심적 언약 공동체이다. 하나님 중심적인 언약 공동체란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자신의 의식여부와는 상관없이 하나님의 피조물이자 딸과 아들임으로 모든 구성원의 존재가치가 무한히 귀중하다는 사실에 기초한 공동체를 의미한다. 또한 이 공동체는 자기 민족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우주에 걸친 하나님 나라를 향한 공동선을 향하여 섬기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결국 남북한의 통일은 남이나 북만을 위한 선이 아니라 한민족을 위한 포괄적 선이어야 하고, 한민족만의 평화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아시아와 전 세계의 평화, 즉 공동선을 향한 도구적 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동선의 실천을 지향하는 교회는 우선적으로 남한사회가 통일 공동체의 전형이 될 수 있도록 사회변혁작업에 앞장서야 한다.

물론 통일은 남과 북 모든 사회의 변혁을 요구하는 과제이지만 책임윤리적 입장에서 그 변혁의 주도적인 역할은 남한에 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사회가 더욱 '열린 민족공동체'에 가까운 사회가 되며, 그 사회구성원들과 문화가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과 정의와 생태계를 품는 공동선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 더욱 바람직한 통일공동체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이 시대의 작은 자들인 고아와 장애인들과 탈북이주민들, 이주노동자들과 경제적 약자 들을 위한 사역에 누구보다 힘써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역은 교회 자체의 긍휼사역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구조적 변혁작업에로의 참여를 의미한다. 예컨대 교회는 조세정책의 보완과 민주정치제도의 정착, 기업윤리의 정립, 생태계 보전 등의 사역에 시민사회를 섬기고 선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음적 정체성과 대사회적 책무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그러하듯이 신앙인의 삶에서 동반되어야 할 표식이다. 신앙적 삶은 곧 사회책임적인 삶이며, 이러한 삶을 실천해 나감으로써 교회는 기존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다운 기독교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성경이 증거하는 복음적 기독교문화의 형성은 곧 남한사회의 변혁을 우선 과제로 한다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물론 교회는 남과 북을 아우르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평화를 향한 복음적 문화변혁의 길을 제시하고 실천에 앞서는 신앙공동체를 형성함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로운 문화 정착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수행을 위한 한국교회의 몫임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하기를 소망한다.

임성빈 총장(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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