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주께, 섬김은 낮은 곳에

[ 현장칼럼 ]

김성주 원장
2018년 11월 19일(월) 10:08
시선은 주께, 섬김은 낮은 곳에



어깨를 움츠러뜨리며 겨울을 맞이한다. 기온변화에 몸으로 반응을 보이는 우리 요셉의집 거주 장애인들은 언어표현보다 몸짓에서 사계절을 먼저 말한다. 기록갱신이 이어진 올 여름에는 괜시리 옆사람을 툭쳐서 소소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고 티셔츠를 벗어버리려는 모습, 평소에는 용서하고 용납되었던 작은 실수를 꼭 집어 눈을 흘기는 모습 등 교사들도 당황해 하는 여러 모습들이 나타났다. 때문에 교사들은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해 정성을 들여야 했다.

이제 요셉의집 대문 앞 논두렁을 분주하게 오가던 농부는 추수를 마무리 하고, 우리 요셉의집도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추위로 잔뜩 움츠러뜨린 어깨를 세우기 위해 연탄대신 난방유를 들여놓아야 하고, 창문의 바람 새는 곳을 찾아보고 뽁뽁이를 붙이며 난방의 효율성을 찾아보기도 한다. 세월이 현대에 와 있어도 산동네가 있던 시절처럼 넉넉치않은 살림살이를 살아야 하는 우리 요셉의집 겨울나기 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먹거리다. 약 70여 명이 먹을 수 있는 김장에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는 이유다. 김장은 매년 11월 두 번째 수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되며 첫날은 400포기의 배추를 절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가을이 시작되는 10월부터 김장봉사자 확보에 분주하다.

올해도 여느 해와 같이 일찌감치 서둘렀는데 쉽지 않았다. 개교회에서 김장을 담그는 일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데, 요즘 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사회복지시설의 김장 담그기 행사가 큰 관심일리가 없다. 뿐만아니라 외부활동에 불편함이 많은 우리 요셉의집 식구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 여가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기 자원봉사자가 없이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봉사자들이 있다. 서울 신촌교회 청년부는 요셉의집 설립과 함께 시작해서 지금까지 월1회 변함없이 찾아와서 함께 산책하기, 이야기나누기, 찬양예배 등으로 함께 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30년 동안 이어오는 신촌교회 청년부의 섬김이 우리 요셉의집 가족들의 삶을 풍성케 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를 요셉의집 동반자로 여기고 상호 협력과 존중함에 최선을 다한다"라고 요셉의집 윤리강령 서문에 명시해 놓을 정도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는 사회복지시설에 굉장히 중요한 동반자이다.

교회가 사회복지시설과 동반자되어 자원봉사자 또는 후원의 시작을 '이 정도는 해야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겨울철 단 한통의 김장김치로도 '한 웅큼의 소금'이 되어 스며들고, 논두렁사이로 찾아와 이야기나누는 '한줄기 빛'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우리 요셉의집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은 '한 가마니의 소금'과 'LED 보다 밝은 빛'을 누릴수 있다. 낮은 자를 찾아오신 예수님과 이번 성탄의 계절을 함께 웃을수 있다.

'지극히 작은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성경말씀을 따라 예수의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 물 한그릇의 섬김을 기다리는 이웃이 있음을 기억하고 예수의 마음으로 품는 그리스도인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덥여주기를 기다리고 기대한다.



김성주 원장/요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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