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개정 후 풀어야 할 과제 산적

[ 이슈진단 ] 총회연금 의무가입<4>
개정된 연금 규정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11월 09일(금) 18:15
연금재단의 '지속성',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103회 총회의 결의와 의지는 일단 긍정적이다. 규정 개정을 통한 목회자의 의무적 연금 납부와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총회연금 개정에 대한 취지, 목적과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총회 연금에 대한 이해와 인식 부족,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불안정, 의무가입에 따른 개인의 자율권 침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연금 납부 불가능 등과 같은 산재한 문제들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규정 개정, 우려의 목소리 높아져

실제로 103회 총회 석상에서는 연금재단의 규정 개정 결의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한 설전이 오갔고, 규정 개정을 반대하는 총대들의 지적과 반대 여론도 거셌다.

당시 L 총대는 "어떤 목회자는 단돈 10만 원이 없어서 연금납부를 못 하는 예도 있다"라며 "목회자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의무가입 조항은 현재 가입자들의 안정된 미래만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목회자 직분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회 후 개정된 규정으로 인해선 실제 교단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목회자까지 등장했다. 교회를 개척한 K 목사는 "노후를 포기하더라도 가입한 연금을 해약해 개척교회 운영에 필요한 긴급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9월 총회에서 규정이 개정된 후에는 해약금도 당장에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독립교단으로의 이동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이번에 개정된 규정이 총회 연금의 지속성 건강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려운 현재의 삶을 사는 약자들에게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 개정된 규정안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회자들의 상당수는 '청빙과 연임청원시 총회 연금계속납입 영수증을 별도로 첨부해야 한다'는 헌법시행규정과 '가입자의 중도 해약시 해약금은 퇴직 후 지급한다'는 규정 등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없는 규정 개정, 오히려 불안감 높여

교회 부목사를 사임한 후 임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L목사는 "사역지를 찾지 못해 수익도 없는 상황이라 연금 납부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규정 때문에 청빙 접수도 하지 못하게 돼 걱정이 크다"라며 "새 규정은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부목사, 개척교회,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을 오히려 옥죄는 규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영등포노회에서는 납부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한 목회자에게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대체했고, 대전서노회는 자립대상교회 목회자에게 연금 납부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이번에 개정된 의무가입 조항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가입자들이 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총회 연금재단의 가장 건전한 안전장치라는 시각도 우세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오히려 미래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행복추구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며 신뢰도를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엇갈린 해석도 나오고 있다.

2018년 6월 현재 자산 4470여 억 원을 돌파하고, 1만4000여 명의 가입자 중 1만여 명의 가입자가 정상적으로 연금을 납부하면서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수익 창출 방안과 장기적인 대안 없이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한 재정 안정성 강화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다는 현실에 대한 지적만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책임과 의무 강조하려면 '권리' 보장 해야

올해 정기노회에서 안수를 받은 K목사는 "규정 개정은 총회 연금재단의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강제적으로 미래 가입자를 확보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려는 모습으로 비쳐 미래 가입자들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연금은 기본적으로 강제조항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유예 없는 강제성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K 목사는 "현재 연금재단이 개정한 규정이 예수님의 정신에 입각한 규정인지 묻고 싶다. 안정성 지속성을 위해 공동체에는 희생과 책임을 의무화하면서도 많이 내야만 많이 받을 수 있는 사회 경제적 논리인 세상의 방식은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연금 규정 개정의 목적대로라면 연금 지급 평균화와 같은 파격적인 대안도 함께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박했다.한편'가입자가 중도해약시 해약금은 퇴직 후 지급한다'라는 규정에 대해선 재산권을 침해하는 개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목회자들도 있었다. P 목사는 "중도해약 시 퇴직 후 지급하는 규정은 사유재산을 그 소유자 이외의 자에 의하여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재산권도 침해할 수 있다"며 "당장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목회자들에겐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회 연금재단도 우려되는 이 같은 문제에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국 8개 권역에서 총회연금설명회를 통해 목회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연금가입자회와 상당한 협의를 이뤘지만, 목회자 전반에 대한 공감대는 부족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연금재단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며 개정 규정과 관련한 '장기발전위원회'를 조직하고 추가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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