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직유감

[ 주간논단 ]

전세광 목사
2018년 11월 13일(화) 10:50
이중직유감



얼마 전 일산의 한 목회자모임에 갔다가 '커피가 맛있다'는 그 동네 작은 감리교회의 카페에 가서 목사님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며 그의 목회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목회 사역을 포기한 상황에서 커피를 통해 힐링(?)을 경험하고 다시 용기를 내어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목사님은 '달려라 커피'라는 카페 트럭도 운영하면서 그 소득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는 귀한 사역을 하며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더 인상에 남는 것은 마을 사람을 위해 열려있는 '교회 목공방'이었다. 목수 일을 했던 목사님은 마을사람들에게 목공도구들을 제공하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하며 행복하게 사역할 뿐 아니라 신학교에서도 목공일을 가르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하는 목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모 일간지 미션란에 장신대 신대원의 '텐트메이커'라는, 일하면서 목회하는 것을 준비하는 동아리를 소개하는 기사도 나왔다.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이제는 보편화된 카페목회를 비롯하여 교회공간을 공연장이나 전시장, 서점 등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곳곳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쳐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입장정리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교회연구소(정재영 소장)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송인규 소장)가 소형교회 목회자와 개척교회 목사들이 처한 현실을 조사한 '2017 소형교회 리포트'에 의하면, 한국교회 성장세의 감소, 목회자의 임지부족 등이 겹치면서 이중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었다. 교인 수 100명 미만의 목회자중 17.5%는 이른바 '이중직'을 하고 있었고, 출석 교인 50명 미만 교회 목회자 중에는 25.6%로 교회 규모가 작을 수록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경제적인 고민 외에도 전통적인 목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터에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 나라를 이룬다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의 목회철학을 가지고 사역하고자 하는 젊은 목회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노회의 인정과 가입을 원하는 추세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총회는 '목회자 이중직 연구위원회'를 조직했다. 지난 100회 총회 때 최종 보고서를 통하여 오늘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목회현장과 다양한 목회 패러다임의 사례를 다루며 '이중직' 문제를 연구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목사의 이중직을 '생계형'과 '소명형'으로 구분하면서 생계를 위한 목회 외에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들을 정죄하거나 막아서는 안되며, 또한 긍정적이고 통합적인 차원에서 '이중직'이란 말 대신 '자비량 목회'라는 단어를 제안하였다.

그렇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선교현장의 위기와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속에서 '이중직'이라는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자비량 목회'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비량 목회'를 시도하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생활이 어려워서' '교회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세상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실천과 확장이라는 '선교적'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교단도 '자비량 목회'에 대한 더욱 심도 깊은 연구, 구체적인 방법들을 모색하여야 할 때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시대' 로 급변하고 있는데, 신중한 것도 좋지만 실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미국 장로교(PCA)는 이중직 목회를 교회 개척의 매우 중요한 전략으로 보고 있으며, 복음언약교회(ECC)는 교단 차원에서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자격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교단도 어떤 상황의 목회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목사직을 온전히 감당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지원방안에 대해 연구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목회자 개인 뿐 아니라 신학교와 노회, 총회와 지교회가 연대하여 새로운 형태의 목회를 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훈련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목회자와 교회가 어떻게 목회적 책무를 잘 감당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직업과 소명, 목회와 일터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오늘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우리교단과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전세광 목사/세상의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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