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은 기적을 낳고

[ 목양칼럼 ]

임선미 목사
2018년 11월 09일(금) 09:58
최근 들어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확행은 분주함 속에서도 가치와 의미를 찾아 행복을 지향하는 치열한 몸부림이며 삶의 지혜가 돋보이는 말이다. 그리고 칠흙같이 긴 인생의 터널을 경험한 이들에겐 더욱 소확행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의 교회가 운영하는 '예지공동체'는 깊은 수렁에 빠져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가정의 위기를 만난 여성과 자녀들을 돌보는 곳이다. 도망치다시피 이곳에 온 여성과 자녀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 충격을 회복하는데는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환경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삶의 의미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예지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사계절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위기를 맞은 가족들에게 의류비가 부족함을 알고 상설 및 정기 바자회를 운영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나눔의 가치를 배우게 되는 이 행복 프로젝트는 우리의 힘만으론 되지 않는다. 우리 교회의 사연들을 들은 다른 교회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의류와 생필품을 수시로 보내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행복 프로젝트인 '생명나눔 바자회'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에게 일상의 작은 기쁨을 주고 새로운 만남을 제공하며 받은 사랑을 또 다시 흘러 보내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자회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품의 가격은 1000원이다. 1000원으로 무엇을 구입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자 필요한 의류, 생활용품, 먹거리 등을 구입하며 소확행를 경험한다.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무언가를 손에 쥐게 되면 "역시 예지 패션이야!"하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렇게 한바탕 폭소를 자아내며 묵은 삶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기도 한다.

예지공동체는 주님의 은혜를 또 다른 생명에게 흘려보내기 위해 바자회 수익금 일부를 중남미 니카라과 어린이들을 위한 급식사역, 정신질환 환우 돕기, 한부모 자녀의 장학금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빈자들의 나눔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 큰 행복과 감동을 만들어낸다. 지극히 작은 겨자씨 한 알이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도구,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 바로 소확행 아닌가!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생명살림의 온기로 가득 채워지길 소망한다.

임선미 목사 / 예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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