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 쓰시는 하나님

[ 목양칼럼 ]

마성호 목사
2018년 11월 09일(금) 09:50
필자는 캐나다에서 10년간 이민목회를 한 경험이 있다. 7~8명으로 구성된 미자립 이민교회였는데, 잠시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가 붙잡혀 사명반 동정반으로 사역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온갖 어려움이 닦쳐 왔다. 이민목회가 어렵다는 이야긴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열심히 기도하고, 전도하고, 바르게 말씀 전하면, 교회가 든든히 세워질 수 있다고 믿으며, 한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찾아다니며 전도를 했다.

그러다 만난 한 교인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 분이 교회에 등록해 가정을 심방하고 예배를 드리게 됐다. 예배 후 이분이 필자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지하실로 인도했다. 잘 꾸며진 지하실엔 온갖 멋진 작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수석, 고가구, 수묵화와 산수화들, 각종 아름다운 장식품과 예술품을 보면서 어디서 이 많은 것들을 모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교인의 다음 말이었다. "목사님,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다 길에 버려진 것이나 거라지세일(Garage Sale)에서 헐 값에 산 것들입니다. 처음 거리에서 보았을 땐 폐품이요 고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성껏 고치고, 다듬고, 손을 보니까 이렇게 멋진 예술품으로 거듭났지요. 제가 봐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예술품이 된 고물과 폐품들은 지하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실에 있는 멋진 장식장, 화병을 올려놓은 탁자, 그리고 주방 한 켠에 걸려있는 1m가 넘는 유화도 다 거리에서, 벼룩시장에서 건진 작품이라고 한다. 다리가 부러지거나 심각하게 훼손돼 더 이상 쓸 수가 없는 것들을 가져다가 부러진 부분은 보강하고 훼손된 부분은 고쳐 새 것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거실과 주방을 빛내고 있었다.

이 교인의 모습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을 보게 됐다. 하나님이야말로 깨진 자, 상한 자, 망가진 자, 회복이 불가능할만큼 훼손된 자를 고치시고 돌보시고 회복시켜서 걸작품으로 만드시는 분이 아니던가! 상한 갈대도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 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시는 하나님! 어부 베드로를 제자삼으신 하나님! 버림받은 요셉을 들어쓰시는 하나님! 라합 룻 에스더를 품어주시는 하나님! 마리아 삭개오를 구원해주시는 하나님! 고쳐쓰시는 하나님!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 내 손 잡아주시고 눈물닦아 주시는 하나님! 나같이 자격없는 자를 쓰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 두 손 모아 감사를 올린다. 그리고 오늘도 내가 품어야 할 교인들, 치유해주고 싸매주고 위로해주어야 할 교인들이 누구인지 헤아려 본다.

마성호 목사 / 서울베다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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