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하자

[ 목양칼럼 ]

임선미 목사
2018년 11월 02일(금) 14:53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의 여정을 걷다보면 수많은 상흔들을 가지고 생을 마무리하게 된다. 목회자 역시 인생의 가장 아프고 그러면서도 고귀한 상처의 훈장을 하나쯤, 아니 여러 개씩 마음에 품고 산다. 자신만이 아는 고통의 무게를 가진 커다란 상처들은 그 나름의 이유와 가치를 지닌다.

필자는 9년 전부터 목회 현장에서 가장 위대하고 특별하고 순수하고 의미 있는 상처 입은 아름다운 생명들을 만나기 시작하였다. 만나는 이들마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가정의 위기를 만난 젊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안타까운 절규가 흘러나왔다.

필자는 이번 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자 교인 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청소년기에 가정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아동 그룹홈에서 지내며 음악가라는 자신만의 꿈을 향해 달려간 친구로, 항상 주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자매였다.

나무의 옹이처럼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안고 살았을지, 또 어떻게 그 많은 상처들이 치유되고 회복 됐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조용히 생각해 보니, 그녀는 언제나 하나님과의 친밀한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으시는 치유자인 주님 앞에서 완전한 회복을 경험한 것 같다.

이렇게 장년이 된 그녀는 또 다른 이들의 상처도 있는 모습 그대로 보기 시작했다. 예수님처럼 사람들의 약점과 단점까지 사랑하는 온전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벗들을 향해 주님의 선하신 능력이 드러나기를 기도했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 그녀는 지난달 20일 믿음의 배필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가정생활을 당당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타인이나 자녀에게 상처를 남기면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 속에 남아 있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곤 한다. 인간은 뛰어난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지만, 학대와 부조리의 상처는 혼자 힘으로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엔 마치 깨어진 유리조각처럼 스스로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하나님은 가정과 교회같은 공동체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나누도록 하셨다. 타인으로 부터 받은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지만,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변의 이웃들과 나누다보면 언젠가 환하게 미소 짓는 날이 온다는 것을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행복을 위해 힘쓰다 보면, 삶에서 밝은 웃음이 가득한 날이 하루씩 늘어날 것이다.

임선미 목사 / 예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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