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감정, 기독교적으로 승화시켜야

[ 시론 ] 분노조절 장애의 폐해

이상억 교수
2018년 10월 30일(화) 09:57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 그 자체는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감정에 대한 표현과 행위는 옳고 그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분노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이를 분노범죄로 나타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분노감정을 옳은 일에 사용한다면 '거룩한 분노'라며 좋게 여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 활용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통해 그가 가진 신념과 철학, 더 나아가 믿음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덧 분노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에서 일어난 아파트 외벽 청소부의 밧줄 절단사건, 충북에서 일어난 인터넷 수리기사 살해, 전북의 유흥주점과 서울의 여관 방화사건, 서울의 한 PC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층간소음과 주차문제로 인한 폭행 등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분노범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분노범죄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판단은 충동(분노)조절장애 환자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충동(분노)조절장애 환자의 숫자는 2013년 4934명에서 지난해 5986명으로 최근 4년간 약 20% 증가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먼저, 전두엽 손상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신경생리학적 이유이며, 두 번째는 우울증이나 기분장애, 성격장애, 혹은 치명적 사건이나 사고, 자연재해로 인해 나타나는 스트레스장애 등 상담심리학적 이유이다. 때문에 아래의 충동(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한 후, 정신건강의학전문의나 상담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분노범죄가 질병에 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충동(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성격이 급하고 쉽게 흥분하며 금방 화를 낸다. 2) 온라인 게임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낸 적이 여러 번 있다. 3)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잘한 일은 칭찬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화가 난다. 5) 다른 사람의 잘못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며, 이로 인해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6) 화가 나면 타인에게 폭언, 폭력을 행사한다. 7) 분노가 극에 달해 운적이 있다. 8) 잘못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돌려 탓한 적이 있다. 9) 화가 나면 주위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 10)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끼고, 억울한 감정이 자주 든다. 11) 화를 조절하지 못해 중요한 일을 망친 적이 있다. 12) 일이 잘 안 풀리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편이다. 이 가운데 5~7개가 해당이 된다면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이며, 8개 이상이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다.

만약 분노 감정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라면, 먼저, 언제 어떻게 화를 느끼는지 그 상황을 스무 가지 채워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20개 상황 속에서 비슷한 유형을 분류해 보자. 그 후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연약한 죄인임을 고백하듯, 우리 스스로에게 분노감정이 있음과 어떤 특정 상황에서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분노감정의 촉발을 스스로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분노라는 자신에게 치우쳐 집중된 감정을 분산시켜 기독교 가치로서 공동체의식 향상을 연습해야한다. 이는 공감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연습하자는 것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듯, '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가 처한 상황은 무엇일까?' 등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말처럼 이러한 배려와 환대는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어려운 일을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하며 연습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창세 때에만 세상을 좋게,여기셨던 것이 아니었다. 패역한 이스라엘이 돌아올 때마다 선대하셨다. 이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환대와 감탄을 연습하는 것이다. 주안에서 기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빌 4:4), 항상 기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살전 5:16) 신앙의 선배들이 삶으로 보여주었듯, 우리도 그리하는 것이다. 때문에 분노에 함몰된 사람들은 믿음을 지속적으로 구해야 한다(눅 17:5; 마 7:11). 믿음은 높은 산이나 거친들, 초막에서 분노를 표현하기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고백하기 때문이다(찬송가 438장). 이러한 분노감정의 기독교적 승화는 자신과 공동체를 보다 건강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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