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개신교에도 선교 기회 될 것"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의사 밝혀, 개신교에도 긍정적 영향 기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10월 22일(월) 16:32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교황의 역사상 첫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황의 방북은 단순히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를 포함한 전체 종교의 자유 확대를 비롯한 북한의 개방 확대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21일 7박 9일 유럽 순방 일정 중 이탈리아·교황청을 공식방문하고,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 방북 수락의 대답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언론들은 이번 유럽 순방의 최고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밝혔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에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청와대는 홈페이지 정책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러한 교황의 긍정적인 답변 이후 향후 교황의 방북을 위해 북한측과 교황청이 교섭을 본격화한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종교 자유나 인권개선과 관련된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개신교의 인사들도 전망하고 있다.

교황 방북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 CWME 국장을 역임한 금주섭 교수(장신대)는 "미국과 유럽의 주류가 북한의 비핵화 의도에 반신반의하며 한반도 분단구조가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익에 가장 적절한 구조로 보는 의견이 강한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지도자가 새로운 평화와 교류 협력의 문을 여는 것은 엄청난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교황 방북으로 인해 가톨릭에 선교와 전도의 문이 열리면 우리 기독교에도 굉장한 기회가 된다. 왜냐하면 가톨릭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정책 전체가 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 교수는 "종교에 대해 부정적 교육을 받은 북한 주민들은 대표적 종교인인 교황이 세계평화나 인류의 복지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교황의 방북이 북한의 선전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그런 면보다는 궁극적으로 북한 선교와 북한 내 종교의 자유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는 "교황은 평화외교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사회주의체제에 뿌리내린 북한 종교의 재구성과 이에 따른 종교자유의 확산과 인권신장이 기대된다"며, "이를 계기로 세계 개신교 종파를 대표하는 수장들의 대북평화 외교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NCCK 화해통일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교황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시기마다 자기가 지지한다는 것을 밝혀 온 분"이라며, "지난 6월에는 WCC 70주년 때 직접 방문해 일정에도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남과 북의 교회 대표를 접견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나 목사는 "교황이 방북하게 되면 앞으로 가톨릭이 북한에 거점을 마련하고, 신부들을 파견해 미사를 집전하는 방향이 논의 되어 질 것"이라며, "교황 방북은 북한이 종교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우리 남한의 개신교에도 영향을 주어 북쪽에 있는 종교단체들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면서 교류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더 크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에는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성당이 수용인원 200여 명으로 알려진 장충성당이 유일하며, 이곳에서는 기본적 종교 의식이 이뤄지고 방북한 사제들이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지만,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는 상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5월 발간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1990년대 소련과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맺자 외교적 고립을 우려한 김일성 주석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한 바 있지만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체제 한계와 가톨릭 교인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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