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 한국교회의 과제

[ 이슈진단 ] 3열려라 통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10월 26일(금) 08:41
현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 한국교회의 과제



현 동북아 정세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되살아나면서 다시 평화를 향해 가고 있다. 돌아보면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냉전구도 청산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대한 기대는 정전협정 70년 이후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북미는 종전선언과 핵리스트 제공의 선후(先後)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다. 이렇게 해서 거대한 체스판은 깨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9·19 남북평양공동선언으로 북미는 당장 전면적인 핵리스트 신고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인식에 동의했고, 핵리스트-종전선언의 교환구도를 놓고 충돌하는 국면에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면서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동북아 정세 관련국들의 입장을 보면, 북한은 올해 4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선포한 가운데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해외 자본 유치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남한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서의 대미환상이나 사상이완 확산을 우려하고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의 평양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에 불참하면서까지 미국에 성의를 보였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이 강경해지자 이제는 개의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과의 교섭력을 높이는 한편 다가오는 한반도 평화협정에 좌석을 예약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10월말 혹은 11월초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대북 영향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연일 정상회담을 북한에 구애하는 형국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여 북일관계의 심장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관련국은 남한과 미국이다. 남한정부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완화로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미국은 남한정부의 노력을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 병행 기조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남한정부에 대해서는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제재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남북한의 관계개선은 북한의 비핵화와 별개로 진전될 수 없으며, 현재까지 진행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으로는 제재를 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미 행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한반도 문제가 국내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판단 아래 11월 중간 선거와 2020년 재선 등 미국 선거에 계속 이용하려는 계산된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는 앞으로도 북미관계에 의해, 특히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에 의해 상당부분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와 유사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통해 역내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정착시키려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동아시아 안보공동체 구상도 북미관계에 의해 향방이 정해지게 될 것이다.

향후 북미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북미간에 길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예상된다. 사실상 시한도 없는 밀고 당기기 싸움이다. 김정은은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카드를 제시하면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핵리스트 신고를 강력하게 고수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다. 북한은 북미 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은 만큼 자신들의 핵 보유 수준을 철저히 감추면서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얻는 만큼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반면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제재해제가 주요 비핵화 협상카드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지역 외교정책과 상호조율되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 초기단계에서 종선선언과 제재해제라는 보상을 내어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당분간은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이 더욱 가열될 것이고, 어느 정도 실무 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빅딜을 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정세를 두고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우선 한국교회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그레이트 게임이 깨어지지 않도록 기도운동을 정례화해야 한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지금 한반도의 정세변화는 경천동지할 변화가 분명하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표현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제반 여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북미 양측의 단계적 신뢰 구축 조치들이 얼마나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진행되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를 위해 교단별로 기도운동을 활성화하여 평화를 위한 단결된 힘을 모아야한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으로서는 빅딜(big deal)이고 미국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사안이다. 평양지도부에게 핵은 내부 단합을 이루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외부의 적을 분명하게 하고, 주변 강대국들이 북한을 특별하게 대하도록 만드는 유일한 지렛대이다. 또한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팽창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 미군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명분 확보를 위해서는 북한 내 핵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세계 에큐메니칼 교회와 연합하여 이런 논리들이 역내 국가들의 공동번영과 평화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국교회는 북한이 과거와 같이 비핵화 대화테이블에서 일방적으로 퇴장하지 못하도록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2018년 8월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채택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교류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대북 제재 예외사항인 인도주의적 협력을 통한 남북한 신뢰를 구축하는 일에 작게나마 일조해야 한다.

유영식 목사(경남대학교 북한학 박사·한교총 평화통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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