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한 인간의 역사

[ 목양칼럼 ]

이기정 목사
2018년 10월 26일(금) 14:59
지난번 몇 분의 목사님들과 시내 카페에서 만났다. 한 목사님이 얘기하던 중 맞은 편을 손짓하며 가리켰다. 맞은 편 테이블에는 여성 세 분이 있었는데, 모두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이것이 요즘 사람 사는 모습이야"라고 말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얼굴이 없는 것 같다. 얼굴과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디지털)를 보며 대화한다. 자신의 진짜 얼굴은 가린채 채 아이콘같은 기계적 얼굴로 만난다. 옛날 마을 공동체들은 얼굴과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위로하며 살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선 오전, 오후, 어느 시간이든, 어느 장소든 대화하고 생활한다.

보통 우리는 디지털과 상반되는 옛 방식을 아날로그라고 말한다. 아날로그는 선과 선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은 0과 1같은 점의 나열이다. 어떤 면에서 아날로그는 연결된 것이라면 디지털은 끊어진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디지털의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생명과 교감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하였다. 이는 거진이 진실을 대변하는 시대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진실을 전하고 진실로 채워진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디지털 관계망을 넘어 그 사람 자신을 보아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교회가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마을 어르신의 얼굴을 근접촬영해 개인 인생의 굴곡과 세월의 역사를 담아 내려는 시도다. 그래서 얼굴을 통해 개인의 역사와 마을의 역사를 지속 가능한 무엇인가로 만들어 보려 한다. 모인 얼굴사진은 마을의 인생 박물관인 셈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하나님의 얼굴로 그려져 가고 있다.

이기정 목사 / 횡간도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