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원의 따뜻함

[ 기자수첩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10월 15일(월) 12:47
요즘 세대에게 '연탄을 본적 있냐?'고 물으면 연탄불을 이용해 맛을 살리는 직화구이 고깃집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15만 가구가 추운 겨울 연탄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냉기 서린 방안을 데우는 것은 물론, 밥을 짓고, 목욕과 빨래도 연탄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탄을 사용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영세 노인, 장애인 등으로 도시 빈민지역이나 고지대 달동네에 살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이다.

지난 13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서울연탄은행 재개식을 갖고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백사마을 12가구에 연탄을 배달했다. 작년에는 더 많은 가정에 150장씩 나눴지만, 올해 재개식이 열리기 전까지 기부된 연탄은 연탄업체가 기부한 600장이 전부다. 겨울보다 먼저 꽁꽁 얼어붙은 경제한파로 인해 기부자들이 기부의 손길이 주춤해진 것이다. 이날 참석한 봉사자 120여 명은 고작 12가정에 각각 100장씩의 연탄만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는 백사마을 주민 500여 가구는 "우리 집에는 왜 안 주느냐", "우리 집에도 연탄을 나눠달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선 한달에 약 150여 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10월부터 4월초까지 뗀다고 가정하면 한 가정에 대략 1000여 장 남짓 연탄이 필요하다.

이곳 주민 대다수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독거노인이나 야시장 근로자들로 월 소득이 25만원을 넘지 않아 난방연료로 기름을 떼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장에 700원인 연탄이 그나마 부담이 가장 덜하다.

"연탄은 재가 되어서도 비탈길에 뿌려져 이곳 주민들의 걸음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어르신들은 전달 받은 연탄을 '금탄'이라고 부르며 감사해 한다." 17년째 연탄나눔운동을 이끌어온 허기복 목사의 말이 한국교회에 전달되어 올 겨울 나눔의 손길이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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