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땅에 말씀을 주소서

[ 땅끝편지 ] 멕시코 박성근 선교사(4)

박성근 목사
2018년 10월 02일(화) 14:38
현지 교회의 노력을 통해 멕시코에 발행되고 있는 한국 큐티책의 번역본 표지.
우리 가족이 푸에블라에 도착했을 때 자녀들의 학교를 찾던 중 기독교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을 방문했는데, 옆에 대형 교회가 있었다. 멕시코 교회를 경험하기 위해 네 달 정도 그곳에 출석했다. 그 교회는 신오순절주의 교회였는데 2000년 당시 교인 수가 5000명에 달했다. 강대상 정면의 천장 가운데에 멕시코 국기, 그리고 좌우로 이스라엘, 독일, 미국 국기가 있었다. 복음이 시작된 나라, 종교개혁이 일어난 나라, 그리고 이 교회가 속한 교파가 영적 본산지로 여기는 나라의 국기로 생각됐다.

수요일 저녁예배에도 사람들은 자리를 가득 채웠고, 넓은 주차장으론 끊임없이 택시가 들어왔는데 기사들도 예배에 참석하러 온 것이었다. 예배가 시작되니 찬양이 한 시간 정도 계속됐는데 사람들은 일어서서 박수치고 춤추고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찬양이 끝나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택시 기사들도 대부분 빠져나가 주차장도 텅비었다.

도대체 '이들은 예배에 온 것일까 아니면 기분전환을 위해 춤추러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중 구역모임에서도 인도자가 기타를 메고 한 시간씩 찬양을 인도했다. 그리고 성경 한 귀절을 읽는 정도로 말씀을 전한 후 성령 터치 순서가 이어졌다. 인도자가 옆 사람에게 손을 대면 마치 감전된 듯 다음 사람에게 터치가 이어졌고 모두가 떨다가 땅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면 예배가 마무리 되고, 집주인이 준비한 빵을 먹으며 교제했다. 주관적인 느낌과 경험에 의지해 신앙 생활을 하니 죄를 분별하지도 못하고 삶의 변화도 어렵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 교회를 떠나 사역하게 됐고 멕시코 교회에 말씀을 보내 달라며 7년 이상 기도하고 기도 요청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안식년을 갖게 됐다.이 무렵 파송 교회에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필자가 멕시코 목사 5명을 초청해 한국에 데려가게 됐다. 그래서 당시 이웃인 틀락스칼라주에서 가장 큰 교회를 섬기던 마르케초 목사, 그리고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교단인 멕시코국민장로교회 총회장과 총무, 우리가 정착할 때 도움을 줬던 아미스탓데푸에블라교회의 에르네스토 목사와 영어에 능통한 미겔 목사를 추천했다.

나는 당시 두란노서원에서 발행하는 큐티책이 멕시코 북부에서 스페인어로 발행된다는 것을 알고 여섯 권을 주문해 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에르네스토 목사는 한국을 다녀온 후 큰 감동을 받아 이후로도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고, '생명의 삶' 큐티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허가까지 받았다.

이 교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생명이 삶'은 멕시코 전역에 4만 부 이상 팔리는 기독교 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멕시코에 말씀이 들어 오기를 7년 이상 기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응답하시는 것을 보면서, '선교사란 선교지의 진정한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중보기도를 요청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박성근 목사 / 총회파송 멕시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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