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교회인가? 주님의 교회인가?

[ 주간논단 ]

임인채 목사
2018년 09월 18일(화) 09:21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교단 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다행스럽게도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M교회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102회기 헌법위원회 해석 안에 대한 건은 반대849 찬성511로 부결되었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청빙할 수 있게 한 헌법 개정안도 부결됨으로 전임목사와 장로의 직계 존비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담임목사로 부임할 수 없도록 못을 박음으로 그동안 우리 교단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목회지 대물림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종결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총회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총투표자의 38%나 되는 총대들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물론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목회지 대물림을 적극 찬성한다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38%는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다.

이번에 일어난 목회지 대물림에 관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필자에게 세 가지가 없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첫째는 대형교회의 목사가 아니라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목회하고 있는 교회가 내가 개척한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과 셋째는 아들이 목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만일 이 세 가지가 다 갖추어져 있다면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사실 이 세 가지는 필자뿐 아니라 모든 목사의 꿈과 로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사 중에 어느 누가 자기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내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선자이든지 비뚤어진 목사일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의 부흥과 성장은 전도를 통해 많은 영혼이 하나님께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뜻하며, 교회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또한 이것은 주님의 소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님의 은총가운데 교회가 크게 성장하게 되면 정말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동시에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대형교회의 목사가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주님의 자리에 앉게 되고 교만함이 은밀하게 들어와 나를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자기 생각이고 겸손함을 유지하고 내려놓고 자기를 비우는 것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일이어서 대부분의 대형교회 목사들이 그 함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오래 전 신학교를 졸업할 때부터 개척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주님은 나에게 개척의 길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부목사를 거쳐 23년 전에 지금의 교회에 부임을 하게 하셨다. 지방의 55년 된 전통교회에 15대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젊은 날에 개척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후회할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나의 목회 철학을 따라 소신껏 목회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척하여 성장한 교회들을 보면 목사가 소신껏 목회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으나 소신이 지나쳐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교회는 아무리 내가 개척하였어도 내 교회가 아니고 주님의 교회이기 때문이다. 내 교회라는 소유의식을 갖게 되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아들이 내 뒤를 이어 목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는데 어릴 때는 목사가 될 것처럼 말했으나 장성해서는 목사 할 자신이 없다고 하여서 여간 섭섭하지가 않았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 한 후에 선교사가 되겠다면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의사가 되어 수련의 과정에 있어 참으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 목사들은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훌륭한 목사가 된 것을 가장 부러워한다. 참으로 귀하고 복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상은 이 자랑스럽고 복된 세 가지가 그만 자기를 찌르는 가시가 되고 걸림돌이 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요소가 되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우려 가운데 시작된 총회가 무사히 끝났다. 이제 우리 모두 냉정해지고 이성적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일로 인해 더 이상 우리 교단과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파장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를 개척했고 큰 교회가 되었고 자녀가 훌륭한 목사가 된 것이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임인채 목사/동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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