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광고 그리고 역지사지

[ 목양칼럼 ]

진영훈 목사
2018년 09월 14일(금) 15:22
진영훈목사(삼일교회)
신학생이 많다고는 하지만 막상 농촌에서는 교육전도사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이 쉽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형편의 이웃 교회가 2년 동안 사역자 지원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신학생들의 지원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함께 사역하게 된 전도사를 선발할 때는 10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매번 신학교 홈페이지의 청빙게시판에 공고를 게시하는데 다음과 같은 조건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영화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시는 분, 삼시세끼 피자를 먹어도 괜찮은 분, 하룻 밤 정도는 청소년들과 '공공칠빵'을 하며 거뜬히 지샐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을 도울 사역자를 세우는 일이기에 재미와 의미를 담은 광고를 만들어 본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교회는 선발되지 못한 사역자들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심사숙고해 이력서를 준비했을 것이고, 많은 고민과 기도가 있었을테니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와 함께 문화상품권, 몇 권의 책을 우편으로 발송한다.

'지원해 주신 한 분 한 분 모두가 귀하고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함께 일해도 아무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사역자들이었습니다. 농촌의 작은 교회에 관심과 사랑으로 지원해 주셔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원자 중 기도하며 한 분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스펙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재능을 기준으로 삼지도 않았습니다. 가족처럼 우리교회가 채워줄 부분이 있는 그런 분을 찾았습니다. 기도하고 준비하면서 이력서를 제출해 주셨을 것을 생각하니 그저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지원자가 이력서, 자기소개서, 목회계획서, 사모소개서, 학력증명서, 추천서, 교회주보, 건강진단서. 설교USB등 요청하는 서류를 준비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제출한 서류 등은 돌려받을 수도 없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메세지라도 받으면 다행이다. 특정 교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다수의 교회가 눈물로 기도하고 지원했을 목회자들의 마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강자의 '갑질'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교회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 부지 중에 약자를 소홀히하거나 홀대하지는 않았는가.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교회라면 잠시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리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영훈 목사 /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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