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

[ 10월목회계획 ]

황영태 목사 ches@pckworld.com
2018년 09월 07일(금) 10:00
10월의 목회계획/문화의 달



10월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 문화 행사를 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낮에는 햇살이 아직 따갑지만 저녁이 되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10월은 기독교 문화를 만드는 달이 되면 어떨까? 각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 도시면 도시, 농촌이면 농촌에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문화행사를 열어보자. 음악회나 연극공연을 교회에서 주최하여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반드시 거창한 연주회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소박하게 작은 음악회를 연다 해도 친절하고 격조 있는 문화행사를 만든다면 성공이다. 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길거리 음악회도 괜찮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연주를 해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곧잘 구경하곤 한다. 성도들은 차려 입고 손님 맞이를 해도 좋고, 손님들과 함께 앉아 콘서트를 즐겨도 좋다.

흔히 교회들이 문화행사를 연다고 하면 그걸 통해 선교할 생각부터 한다. 그래서 또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전도지를 나눠주고 교회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교회의 행사에 참여하는 격이 되어 부담스럽다. 요즘 사람들은 교회가 어떤 숨겨진 목적을 갖고 행사하는데 잘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전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해도 지혜롭게 해야하지 않을까?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하여 주민들이 주가 되는 행사를 만들어보자. 순수한 문화행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교회가 주최하긴 하지만 가능한 한 교회 냄새를 없앤다. 목사가 잠깐 등장하여 주민 여러분을 위해 마련했다는 인삿말 정도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조금 더 한다면 주민들을 위해 축복의 기도를 해 주는 것 까지는 좋다. 하지만 말이 길어져 생색을 내거나, 목사의 가르치려는 습성이 나온다면 그건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이 끝내고, 음악회의 여운을 안고 자유롭게 돌아가게 해주자. 온전히 섬기자. 교인들에게도 이날은 섬기는 날이니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자고 미리 협조해 두면, 교인들은 더 잘 알아서 섬길 것이다.

연주회 시간은 뜨거운 해가 좀 기운 주일 오후 4~5시경 야외라면 더욱 좋겠다. 교인 중에 좋은 연주자가 있으면 그에게 부탁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교회 내에서 하는 경연대회 같은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이게 진짜 선교다. 수준 있는 연주자를 초대하자. 음악은 클래식도 괜찮고, 재즈도 괜찮고, 인디밴드들도 잘하는 팀들이 많다. 어떤 팀들은 많은 사례를 못 받는다 해도, 연주할 장소와 기회를 제공 받는 것 만으로도 즐겁게 응할 것이다.

필자의 교회는 고택음악회를 수년째 하고 있다. 마침 교회 맞은편에 윤보선 고택이 있고, 그 장남이 우리 교회 장로님이신지라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승락해 주셨다. 평소 사람들이 잘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서 호기심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한다. 늦은 오후에 한옥 고택 앞 잔디밭 위에서 피아노 트리오나 관악 앙상블등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해를 거듭하면서 고정 관객들도 생겨난 이 연주회는 매년 초청하는 연주팀이 다른데, 가야금과 장구같은 국악기로 연주하기도 했고, 7대의 호른이 와서 다채로운 음악을 연주한 적도 있다.

가장 좋았던 것은 현악4중주 팀이었는데, 악기 소개와 곡 해설을 곁들여가며 청중들과 친밀하게 호흡하는 연주회였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우렁찬 박수 소리가 이어졌고, 또 다른 곡이 연주될 때면 모두들 숨을 죽이고, 성큼 다가온 가을의 공기와 함께 음악을 마셨다. 재미있었던 것은 악기 소리를 듣고 새들이 모여와서 재잘거리며 자기들도 노래하다 가는 것이었다. 새들도 음악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맑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한가로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풍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끽하고픈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문화행사로 인해 주민들은 교회와의 거리감이 줄고, 친절한 환대를 느끼며 마음을 열었다.



황영태 목사/안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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