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인가! 논쟁인가!

[ 목양칼럼 ]

진영훈 목사
2018년 08월 31일(금) 10:22
8년 전 예배당을 지을 때의 일이다. 그날 당회에서 논의할 안건은 '예배당 현관을 미닫이문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자동문으로 할 것인가'였다. 공사는 진행 중이었고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음에도 무려 4주간이나 논쟁이 지속됐다. 그로인한 목회적 피로감은 물론이고, 공사에도 많은 차질이 발생했다. 표결보다는 의견 절충이나 한편의 양보를 통해 답을 찾으려는 필자의 소신을 따르다보면 때론 장기적인 소모전이 일어나곤 한다.

또 한번은 하절기 수요기도회 시간을 당회에서 결정하는데 예배시간 변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저녁 7시 30분과 8시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7시30분을 택한 쪽은 직장인들을 배려해 가급적 일찍 예배마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8시를 택한 쪽은 논에서 일하시는 교인들이 일을 마친 후 씻고 저녁도 먹으려면 8시가 적절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흘렀고 선임 장로께서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7시 30분 쪽 장로님들의 주장이 맞습니다. 다음날 새벽예배까지 드리고 출근하려면 일찍 마쳐야지요. 그런데 8시 쪽 장로님들 말씀도 옳습니다. 힘든 논일을 마치면 바로 씻고 식사도 하셔야죠. 그러니 7시 45분에 모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무려 5년 간 우리교회는 7시 45분에 수요기도회를 갖고 있다. 얼마 후 한 장로님이 양보할테니 예배시간을 조정하자고 제안했을 때 필자는 "그날 당회에서 있었던 소모적 논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논쟁이 아닌 사역에 집중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이 시간은 그대로 유지했으면 합니다"라며 거절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 사건 이후 우리 당회엔 변화가 생겼다. 당회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시간만 단축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안건들이 사라졌고, 이런 안건은 대체로 목사의 요청대로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전히 당회가 어렵다. 쓸데없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관계에 금이 갈까 언제나 조심스럽다. 15년째 시무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회가 있는 주일은 부담스럽다. 당회가 있는 날 저녁은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당회 분위기에 따라 식사 자리 분위기도 달라지는데, 당회에서 불편한 논쟁이 있었던 날은 그 불편함을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위해 부름 받았고 그 일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본질 벗어난 쓸데 없는 논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관용을,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이란 어거스틴의 말을 떠올려 본다.

본당 카펫 색이나 피아노 위치 때문에 당회원들이 갈라져 몇 개월 간 논쟁을 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은 우리의 교회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본질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음을 기억하며,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데 집중하자.

진영훈 목사 /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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