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변화, 활용하고 있는가?

[ 연중기획 ] 인공지능의 시대를 읽다 (15)결산-4차 산업혁명이 교회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연중기획팀
2018년 08월 24일(금) 10:56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혁신적인 기술은 통제와 사용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본보는 지난 4개월 동안 '인공지능의 시대를 읽다'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로부터 목회적 적용까지를 살펴봤다. 이번 마지막회에서는 '4차 산업이 교회에 던지는 세가지 질문'을 통해 기획의 주요 내용과 남겨진 과제들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1. 이해하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자처하는 교회는 이러한 사회 변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한국교회는 3차 산업혁명 초기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를 사탄의 표식으로 여기며 경계한 경험이 있다. 교회가 사회 변화를 빠르게 뒤쫓아가지 못하더라도 시대흐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3차 산업혁명을 대했던 무지와 안일함이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동일하게 반복될 수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지금까지 진행된 산업혁명보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증기기관으로 기계화를 가져온 1차, 전기로 산업화를 이룬 2차,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정보화를 가져온 3차 산업혁명이 있다. 기존 수익 및 생산 증대에 무게를 뒀던 기존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경제 사회 문화 고용 노동 시스템 등 인류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술이 바뀌고 사람들의 일상이 바뀌면 사회구조가 변화한다. 결국 교회 사역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제점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해 발생하는 대규모 실직,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문제, 사회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교회는 윤리에 대한 교회의 공적 의견을 사회에 개진해달라는 역할을 요구받을 수 있다. 공감능력을 갖추고 건전한 가치관으로 바른 선택을 하는 책임감 있는 인격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적인 기능도 요청받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문명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연대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코이노니아, 빈부격차 심화 속 디아코니아적 역할도 주목받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면서 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명확한 정답을 없지만 교회와 목회자들이 내딛어야 할 첫걸음은 분명해보인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 시대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사회를 선도하거나 변화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더라도, 그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최샘찬 기자



2. 변화하고 있는가?

시시각각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맞아 우리 한국교회는 얼마나 변화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변화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교회는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이익과 손해에 민감한 산업분야에서마저 눈 앞에 닥친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사회적 변화에 대해 그 수용도가 낮은 교회의 발빠른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 교회는 도태되고, 민중들의 필요를 읽지 못하는 교회는 외면받기 마련이다. 교회는 이제부터라도 교육과 선교, 목회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해야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창의력을 함양하는 책임이 1차적으로 학교교육에 있다고 한다면, 교회와 가정에서는 과학이 발달할수록 공허해지는 현대인들을 잡아줄 진리에 대한 탐구, 지구촌의 다양한 인재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관용과 이해의 인성, 기계가 판단할 수 없는 도덕성에 대한 신념과 감수성을 키우는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초연결 시대라고는 하지만 개인주의의 극대화로 인한 분리, 단절, 소외를 경험할 대중들에게 교회는 자신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체험을 줄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외에도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에 있어 선교 전문가들은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변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교인을 끌어모으기보다는 스스로 성육신적인 교회, 문화 속으로 스며드는 변혁적 공동체, 계급이 아닌 사도적인 수평적 리더십의 교회가 되어야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아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표현모 기자



3. 활용하고 있는가?

질문자의 필요와 상황에 최적화된 답을 빠른 속도로 제공하는 빅데이터(Big data)가 어느덧 신 또는 신의 안내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제는 정부나 기업의 중요한 결정은 물론이고, 식사 메뉴선택같은 개인적 판단까지도 빅데이터의 통계치를 기초로 이뤄지고 있다. 정보의 양, 분석 속도, 정확성이 인간을 초월하면서, 교회는 물론이고 모든 산업 현장에서 빅데이터는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일단 목회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이 '데이터(data)의 혁명'이라는 점이다. 이번 기획에서 신학자들은 '성령의 인도를 받지 못하는 빅데이터가 설교, 상담 등의 목회 영역을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편견 없이 소통하며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는 기능'은 높이 평가했다. 빅데이터가 '인간이 신에게 기대해 온 것들을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해결해 주는 대안적 신'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이 만든 빅데이터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신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초월적 존재인 신과 달리 인간의 통제를 받는 빅데이터는 사용의 주체에 따라 파괴적 성격을 갖거나, 때로는 수익을 위해 인간을 혹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 신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과제로 교회가 시대 변화 속에서도 지켜야 할 하나님의 가치들을 바르게 확립하고,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교회 공동체 모임이 보다 역동성을 갖도록 노력할 것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인간과 세우신 교회를 위해 활용돼야 하는 새로운 도구인 것이다. 창조로부터 맺어진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새롭게 등장한 인공지능의 위치는 비교적 명확하다. 숭배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활용의 대상인 것이다.

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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