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기에 참 좋았더라

[ 주간논단 ]

임영숙 목사
2018년 08월 14일(화) 00:00
필자는 목사 안수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제102회 총회 총대로 참석했다. 이른 시간부터 총회가 열리는 교회에서 전국여교역자연합회 회원들과 신대원 여학우들은 여성총대 할당제 법제화를 위한 서명운동을 받았다. 그 결과 총대 1500명 중 30%이상인 500여 명의 총대들이 서명을 했고 여성총대할당제가 역사적으로 결의됐다. 함께 참석했던 여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은 결의사항이니 시행하도록하라'는 총회장의 공문도 내려졌다.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노회마다 들려오는 소식은 분분했다.

제102회 총회 후 10월 노회와 이듬해 봄 노회에서 노회 수의를 거친 노회도 있고 여성총대할당제를 결의하여 이미 실행한 노회도 있었다. 한편에서는 '이것은 권고사항이다'라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로 인해 노회마다 많은 질문과 혼선을 빚었다. 그리고 헌법해석위원회에서는 '총회 여성총대 파송에 관한 제102회기 총회의 결의는 의무(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위 총회의 결의는 교단 전체의 사정을 감안하여 가결한 것이므로…'라는 권고사항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공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노회는 노회 도중 혼선을 빚기도 했다. 헌법위원회의 해석이 많이 아쉽다. 단서 조항인 '다만 위 총회의 결의는 교단 전체의 사정을 감안하여 가결한 것'이라는 문구도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여성 사역자들이 현장에서 보는 한국교회 모습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다. 남성 목회자들만 공유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그 안에서 생각없이 오가는 말들로 여성 사역자들은 힘들어 한다. 여전히 한국교회는 젊은여성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회 내 남성들이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복음적이지 않다. 하나님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돕는 관계, 즉 함께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관계를 원하신다. 제102회기 교세통계에 의하면 전체 성도 중 남성이 42,6%, 여성이 57.4%로 나타났다. 94회기부터 97회기까지 조금씩 성장을 하여 285만명이었던 교세가 몇 년 사이 273만명으로 줄었다.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다음세대들과 청년, 특히 여성들의 교회 이탈이 교세 감소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여성 안수 법제화가 이루어진지도 벌써 23년이 되었다. 1996년 19명의 여성 목사 안수로 시작되어 2018년 봄 현재는 2413명(전여교통계)의 여성목회자들이 배출됐다. 제102회기 총회 교세통계보고서에 의하면 목사 수 1만 9302명에 의하면 11% 가까운 수가 여성목사다. 하지만 교단 여성 총대는 안수 10년이 지난 2006까지 1%(15명)도 못 미치다가 2014년 1500명 총대 중 16명이 선출되었고, 필자가 참석한 제102회 총회는 17명(여목사 2032명 4명, 여장로 1236명 중 13명)으로 1500명 총대 중 겨우 1.1%의 여성총대가 선출됐다. 물론 제103회 총회 여성총대수가 30명(목사14명, 장로16명)으로 2%에 해당되는 숫자가 집계 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안수 허락 후 23년이란 시간을 감안하면 그 결실이 초라하다. 뿐만 아니라 제103회 총대수가 17명에서 30명으로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할당제가 허락된 이후의 결과라 실망이 크다.

이미 타교단들은 여성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기장은 2010년 총회에서 여성총대할당제가 통과됐다. 현재 10명 이상 총대를 보내는 노회들은 목사1인, 장로1인을 총대로 파송하고 있다(전체총대수 716명, 여성총대 67명, 9.3%). 감리교는 2016년 1월 입법총회를 통해 여성총대 15%, 50세미만 15% 할당제를 만들었다(전체 선출직 총대수 958명중 여성선출직총대수 145명, 여성총대비율 15.1%). 이에 비해 교세가 가장 큰 교단, 장자교단이라는 우리교단에서 여성의 갈 길은 너무 멀다. 이제 우리도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단지 양성평등과 총대 문제만은 아니다.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그리고 기성세대와 다음세대들이 함께 노력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제도와 문화였다면 이제 남성들은 한 걸음 멈추어 서서 남성중심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다음세대들과 청년들, 젊은 여성들을 보듬어 안고 여성리더십과 함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교회와 교단과 세상을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임영숙 목사/전국여교역자연합회회장·예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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