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마음을 읽는 눈치9단 교인

[ 목양칼럼 ]

서성구 목사
2018년 08월 17일(금) 10:04
요즘 교회마다 고민 아닌 고민거리가 있다면 아마도 때가 됐지만 짝꿍을 찾지 못하고 있는 처녀 총각들의 혼사일 것이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30세 또는 40세를 넘긴 청년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어느 해인가 아동부 교사로 10여 년을 변함없이 섬겨 온 착하고 예쁜 자매를 같은 노회 목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믿음 좋은 남자 청년과 만나게 해주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믿음, 직장, 외모, 집안 등 모든 면에서 딱 맞는 커플이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서로가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6개월쯤 지났을 때 이제는 이 자매가 직접 고른 신랑감을 인사시키고 싶다며 어머니와 함께 목회실로 찾아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목사의 눈에는 한 가지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얼마 후 그 남자 청년과 헤어졌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필자는 속으로만 '정말 잘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다시 1년쯤 지났을까. 새벽마다 딸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 권사님이 딸과 함께 또 다른 남자 청년을 데리고 두 번째로 목회실을 방문했다. 이번 청년은 지난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우선 본인의 신앙이 좋은데다 집안도 믿음의 가정이었다. 게다가 청년의 성씨도 필자와 같은 서씨 였다. '정말 딱이다.' 혼기가 지난 청년의 혼사가 내 자녀의 결혼만큼이나 기쁜 것이 목사의 마음인가 보다. 필자는 후에 그 자매에게 처음 데려왔던 청년과는 왜 헤어졌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자매는 "지난번 인사드리러 왔을 때, 목사님 눈치를 보니 별로 좋아하는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라고 답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믿음을 가진 자매가 또 있을까? 정말 눈치 빠르고 지혜로운 자매다. 이 정도면 눈치 9단이다. 나의 신앙도 나의 목회도 주님 눈치만 보고도 주님의 마음에 합당한 길을 택하는 눈치 9단 목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어느날 찬양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자매가 상담할 일이 있다고 찾아왔다. 상담 내용은 '가깝게 지내고 있는 지인들과 교회 밖에서 하는 성경공부에 참석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혼자 결정하기보다 담임목사인 필자에게 조언을 듣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주최나 강사에 문제가 있는 모임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마음 속에서 쉽게 동의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외부 성경공부가 이단 사이비의 포교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게다가 필자는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섬기고 있었기에 더욱 신중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 자매가 잠시 필자의 눈치를 보더니 "그러면 참여치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눈치 빠르고 지혜로운 자매임에 틀림 없다.

항상 주님과 목회자의 마음을 잘 읽는 눈치 9단 교인들이 있어 행복하다.

서성구 목사 / 남수원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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