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8년 07월 31일(화) 10:11
국회 원내 구성이 여야 합의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이 여전히 안개속을 벗어나진 못한 채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외부적 요인인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정치인의 조폭 연류의혹, 주목을 받는 정치인의 돌연 자살 사건까지 정치권의 요동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최저임금 산정과 관련해서도 시끌시끌하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듯 하다.

무엇 보다도 군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핵폭탄급 충격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계엄령은 군사정권하에서 선포되었으며, 이후에 이러한 조치는 없었다. 계엄령은 국가가 비상사태라고 판단되었을 때 내려진다. 즉 국가의 안녕과 질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었을 때 취해지는 것으로 사법권과 행정권이 일부 혹은 전부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까지 통제하게 된다. 이를 계험 사령관이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국가 원수가 선포하는 방식이다.

말그대로 계험령은 국가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내려지는 최후의 조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혹은 외세에 의해 불안한 저개발 국가나 무력에 의해 정부를 장악한 국가 등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 나라 또한 불안한 상태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일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군부가 정권을 장확하기도 했다. 저항하는 국민들을 향해 총기는 난사하면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아픔으로 기록됐다.

오늘 우리 나라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 세계가 주목할 만한 대국이 됐다. 지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국민들을 우려할 만한 사태 없이, 시민 혁명을 이루었다고 세계가 찬사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때에 군에서 계엄령을 운운하는 문건이 오고 갔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분노하는 분위기이다.

이 문서에 기록된 내용이 현실화 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쓰러내리고 있다. 이제 이 문서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나 과정이 조사 결과 밝혀질 것이다. 누가 왜 이러한 것들을 준비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관계기관의 성역없는 조사 결과를 국민 모두는 기다릴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한번쯤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한국교회는 과거 정권과 밀착해서 그들을 옹호했던 일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지어버릴 수 없다. 만에 하나 들어난 문서와 같은 일이 실재화 되었었다면 과연 한국교회의 어떻게, 무엇을 선택 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맞서서 저항을 했었을까, 아니면 이전에 정권을 잡은 세력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기도회를 개최하는 일을 반복했었을까?

한국교회의 극우적인 성향에 대해 우리사회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젊은층이 교회를 떠나, 일명 가나안교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만에 하나 들어난 문건대로 계엄령이 선포되고 한국교회가 과거와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면 과연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어떠했을까 생각해 볼 때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로 '핵노답'이다.

전세계가 인정한 성숙한 민주시민 정신이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 다행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한다. 그리고 잘못된 결과로 인해 한국교회가 선택해야 하는 귀로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더욱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준비되었던 문서가 문서로 끝난 것이 정말 다행이다.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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