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실에 찾아 온 유치원생들

[ 목양칼럼 ]

서성구 목사
2018년 08월 03일(금) 10:00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한 사람이 있다. 그럼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필자는 행복한 사람, 행복한 목사임에 틀림 없다. 다시 태어나도 목사가 될 것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고백할 자신이 있다. 그 이유는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복음을 위해 성전을 중심으로 살아가니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교회보다 더 귀하고 교회보다 은혜가 넘치는 곳은 없다. 나는 성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가장 평안하고 행복하다.

35년 목회하는 동안 매 주일 2부와 3부 예배 사이에 목회실로 초대하는 귀한 분들이 있다. 다름 아닌 유치부 아이들이다. 다음세대야말로 교회의 주인공이요 귀한 일꾼이기에 매주일마다 유치부 어린이 2명을 교사와 함께 목회실로 초청한다. 주일은 임시당회를 비롯해 부서모임, 상담, 기도요청 등으로 정말 분주하지만, 유치부 아이들 만나는 일만은 미루지 않고 지금도 시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목회실에 오면 꿈이 무엇인지를 묻고 아낌없는 칭찬과 함께 한사람 한사람 손을 잡고 축복기도를 해준다. 그리고 작은 십자가 목걸이 하나씩을 목에 걸어준다. 아이들은 목사가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 선물이 얼마나 좋은지, 집에 가서 아빠, 엄마에게 자랑하고 유치원에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친구로부터 얘기를 듣고 목사가 주는 십자가 선물 받기 위해 우리교회에 나온 아이도 있다.

어른도 자주 들어오기 힘든 목회실 들어선 아이들은 즐거움과 신기함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여기가 목사님 방이에요? 목사님 저 책, 다 목사님 책이에요? 목사님 학교다닐 때 공부 잘했어요?" 정말 별의별 질문을 다한다. 한참 후 이제는 담임목사인 내 차례가 되면, 아이들 각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어?"라고 묻는다. 대답도 다양하다. "소방관요, 군인이요, 목사님요. 선생님요, 간호사요, 연예인요…"

그런데 어느 주일에 5세 된 한 아이가 놀라운 대답을 했다. "저는 목사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다시 한 번 확인차 물어보았다. "정말 목사님하고 결혼하고 싶니? 목사님 누구? 나 아니면 다른 목사님?"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필자를 쳐다본다. 내 나이 59세에 54세 연하의 천사같은 아이로부터 결혼하고 싶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나는 조용히 고백 아닌 고백을 주님께 드려본다. '주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행복한 사람, 행복한 목사님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주님 때문에 행복한 목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서성구 목사 / 남수원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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