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목회자들의 노후, 불편한 진실!

[ 논설위원칼럼 ]

채은하 교수
2018년 06월 01일(금) 09:00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불편한(?) 교회 소식이 있다. 다름 아닌 은퇴 목회자들의 예우 문제로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 내지는 분란에 관한 것이다. 은퇴하시는 목회자를 둔 교회는 물론 성도들도 이 문제로 불편해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교회 안의 이 문제는 서로간의 불신과 비난과 비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목회자의 위상과 권위는 성도들 앞에서 땅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퇴직금을 비롯하여 민감한 금전적인 문제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사실 목회자들은 은퇴 후의 생활에 있어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평생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헌신하는 데에 몰두했던 우리의 어르신 목회자님들, 그러나 현실은 섬기신 교회나 성도들이 결코 긴 노후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런 와중에 어떤 교회의 아무 개 목회자는 대단한(?) 예우를 받았다는 자랑 섞인 소문과 함께 명확한 기준이 미비한 교회는 은퇴 목회자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 불편을 겪고 있다. 더 많은 예우를 기대하는 은퇴 목회자들과 조금이라도 적게 부담하고 싶은 교회 간의 갈등이 교회 안팎으로 시끄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노후에 대한 특별한 대책없이 떠나야 하는 절박한 은퇴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목회 현장에서나 목회를 떠난 은퇴 후의 삶에서도 상대적으로 깊은 박탈감과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교단은 그나마 총회 연금이 있어서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막막하게 교회를 떠나야 하는 은퇴 목회자들의 고민은 깊다.

하나님의 소명에 부응하여 헌신적 삶을 살아내신 은퇴 목회자들,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그 노후의 삶이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매주일 출석할 교회조차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평생 교회와 성도를 위해 헌신을 했는데 또 다시 은퇴 후의 삶에서 부유하고 넘치는 목회자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가난한 목회자의 양극화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사실 목회자의 은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만 그칠 수 없다. 교회를 위해 헌신과 봉사로 일관한 목회자의 삶, 명예롭게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문제 역시 개신교회가 가진 맹점에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교회는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과 같은 엄격한 표준 지표 없이 당회원들의 결정 내지는 개교회의 사정에 의존하다보니 불협화음과 혼란을 겪게 된다. 70세 은퇴라고 하더라도 족히 20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은퇴 목회자의 노후 문제는 간과될 수 없는 우리 교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많은 교회와 목회자는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미숙해 보인다. 전문가도 부족하고 앞 세대에서 충분히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총회 연금을 준비한 우리 교단은 목회자들의 은퇴 문제를 개교회나 목회자 개인의 문제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교단 전체의 문제로서 전문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채은하 교수(한일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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