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대신하는 사회...윤리 지키는 파수꾼 돼야

[ 문화 ] <문화프리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4월 18일(수) 10:44

맞벌이 하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해주는 가정용 로봇을 구입한 남성. 가정용 로봇은 매일 바쁘고 지친 아내와는 달리 청소도 잘하고 아침상도 잘 차려 준다. 심지어는 외모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내는 시간이 갈수록 가정에 신경쓰지 못하는 자신이 대체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당황스럽다. 어린 막내 딸조차도 잔소리하는 엄마보다 상냥한 로봇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다른 자녀들도 미소 지으며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는 인공지능 로봇을 엄마보다 더 좋아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2015년 영국과 미국에서 방영되었던 SF 드라마 '휴먼스(Humans)'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사람을 위해 발명된 인공지능이 인간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인간의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보그맘'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천재 로봇 개발자가 개발한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내이자 엄마인 '보그맘'이 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하며, 일상 속에서 인간과 같이 활동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올해 봄에는 '너도 인간이니'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 예정이다. 이 드라마는 혼수상태에 빠진 재벌 3세 아들 대신, 아들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을 내세우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극으로 구성한 것. 이렇듯 이제 인공지능 로봇의 상용화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보여진다.

더욱이 우리는 지난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우리나라의 최고 고수인 이세돌 9단에 4대 1로 승리하는 것을 보며, 멀게만 느껴왔던 인공지능의 시대가 바로 지금 실현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20년 후에 인공지능이 사람 수준으로 똑똑해지고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기계가 사람을 쓰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기계는 24시간 일을 시켜도 불평이란 것이 없으니 우리 인간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 예견된다. 그는 극소수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소유하며 지배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사회의 불평등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제 인공지능은 예술 분야에서도 바흐풍의 곡을 쓰고, 고흐풍의 그림도 그리며, 심지어는 프로그램 개발까지 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 앞에 서 있다. 이는 새로운 직업과 문화의 탄생 뿐 아니라 사회구조와 정치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 크리스찬들도 더 깊은 근원적 질문들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존엄함이란 무엇인가? 

기술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것을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편리함, 더 나아가서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인데 기술이 발전된다고 반드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이 점점 더 위협받을수록 이 세상 속에서 윤리와 근본적 가치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기독교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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