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사라질 위기에서 유기농 친환경 사업 도입

[ 교계 ] 마을목회사례<8>-옥방교회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04월 12일(목) 13:23
▲ 한국교회 생명농업연수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교인들. 맨 좌측이 천정명 목사.

광산이 폐광되면서 마을존립 자체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경제활동이 가능하지 않게 된 주민들을 위해 교회가 생명농업을 주도적으로 시작한 사례가 있다. 바로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옥방교회이다.
 
1980년대 초, 경쟁력이 약한 옥방 지역의 중석 광산이 폐광되자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교인들이 마을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천정명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농어촌부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총회 농어촌부는 농촌지역 살림 운동의 일환으로 신용협동조합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천정명 목사는 1985년 옥방교회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영농교육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영농교육을 통해, 자연농업(새명농업)을 소개하고, 자연양계, 자연양돈 등 농업에 대해 문외한인 주민들과 함께 농업기술을 익혔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는 환경문제에 대해 눈을 뜨고, 유기농 먹거리 소비가 높아지게 된다.

교회는 이에 발맞춰 영주노회 농촌교회와 목회자들이 함께 새누리공동체를 조직했다. 영락교회는 1994년부터 20년간 영주, 예천, 봉화 지역과 옥방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교인들과 지역민들이 구매하도록 하는 직거래장터매장을 마련해줬다. 안정된 소비처를 찾은 후 옥방교회 교인들은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마을로의 발돋움을 시작했다.
 
교회공동체운동을 경험한 옥방교회 교인들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생명농업을 통한 생산자공동체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한살림과 같은 생협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지역 전체가 친환경 유기농 마을로 확대됐다. 이때부터 교회도 자립을 이뤘다. 2000년, 교회는 노인, 장애인들과 공동으로 1000여 평의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기도 했다. 수입의 목적보다 농사방법이나 단계를 지역에 소개하기 위한 연구용 텃밭이었다.
 
천정명 목사는 지역에 자연농업을 정착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위해 스스로 생명농업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사법을 활용하는 것이 곧 환경보존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을 살리는 자연농업을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시작하라고 하면, 자칫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연농 농사기술을 실험하고, 성공시킬 경우 지역주민들에게 도입을 권했다.

2012년 천정명 목사, 유병태 안수집사 등 교인 4인은 장성 한마음공동체에서 개최하는 가장 최신 기술인 탄소순환농법 세미나에 참석했다. 유병태 집사는 참나무를 파쇄한 우드칩 100톤을 만들고 이를 발효시켜 밭에 직접 뿌려본 결과 땅이 해마다 좋아지고, 수확량도 일반 농가보다 줄지 않아 확신을 갖게 됐다. 탄소순환농법이란, 태우면 숯이 되는 나뭇잎, 나무, 꽃잎, 과일껍질, 옥수수대 등을 땅에 뿌려 비료나 퇴비 없이도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을 키워내는 방법이다.
 
현재 옥방교회는 지역의 마을을 넘어 세계의 마을을 살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교지에 필요한 자연농법 기술을 전수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바기독교단의 투르카자야재단에서는 지난 2013년 8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5명의 연수생이 한국생명농업기술을 연수 받았다. 이후 매년 6명의 연수생들이 한국으로 입국해 두 달여 간 도농직거래방법, 생명농업 강의 및 현장체험, 지역NGO체험, 농천기술센터 및 생명농업실천교회 방문을 통해 공동체를 건강히 잘 세워나가고, 습득한 기술 및 노하우를 현지에서 적용하고 있다. 이후 연수자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프로그램 보완점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6년 1월, 담당자들이 직접 인도네시아 GKJ교단을 방문해 생명농업 기술 세미나 및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천정명 목사는 "앞으로 인도네시아 현지교회가 운영하는 생명농업 선교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며, "연수자들이 돌아가서 생명농업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생명농업연수 프로그램에서 마을만들기(선교적 교회) 현장을 방문하고 체험하는 활동도 포함시켜, 마을 만들기의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생명농업을 통한 에큐메니칼 협력선교의 내용을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다.
 
천 목사는 국내에서 총회 및 노회 주최로 개최되는 일회성 마을목회세미나 참여가 마을목회의 키가 아님을 지적했다. "국내 마을목회가 지속되기 위해선 네트워킹 작업이 시급하다"며, "마을목회자 시범교회가 위원이 되고, 2차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위원이 되어 정기적으로 모여야 함은 물론 노회는 이들을 위한 강사 초청, 컨설팅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을목회 세미나가 끝난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마을목회 방법과 노하우는 마을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목회자 스스로 네트워크에 참여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질 때 건강한 마을목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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