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교지가 그립다

[ 논단 ]

김승학 목사
2018년 04월 10일(화) 14:28

'제2회 동남아 PCK 선교사 연장교육을 필리핀에서 실시한다'는 광고를 한국기독공보에 실었을 때 처음 반응은 너무 미미했다. 총회 세계선교부 교육행정 코디네이터인 독일의 이성춘 선교사는 지난 1월 17일, 실망하며 이런 메시지를 내게 남겼다. '광고를 실고, 안내문을 실어 나르며 전달하는 일을 하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이것이 현실인 것이지요.' 그런데 2주 동안의 필리핀 연장교육을 마친 후 한 선교사의 후일담은 연장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연장)교육에 반신반의로 시작했지만 끝까지 함께하면서 선교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몰려오는 변혁에 대한 물결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또한 응답으로의 해답을 찾았고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총회 세계선교운영규정은 제3장 제2절 제36조(의무)에서 선교사 연장교육을 명문화하고 있다. '선교지에서 5년 이상의 사역을 마친 선교사는 연장교육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원(교)회와 후원자는 이를 이해하고 후원해야 한다.' 또한 제4장 제3절 제54조 2항에서도 연장교육이 필수적임을 명시하고 있다. '선교사는 약정된 임기가 끝나고 재 약정 전에 선교사 연장교육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세계선교부는 그 동안 파송 선교사의 연장교육을 실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선교사들이 지금까지 해온 사역을 점검하고 방향을 새롭게 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총회 세계선교부, 케냐의 임종표 선교사와 뜻을 같이 하는 몇 선교사들의 의지와 헌신으로 지난해 5월 29일부터 6월 10일까지 태국 치앙마이 태국기독교단(CCT) 센터에서 역사적인 제1회 PCK 선교사 연장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제2회 동남아 연장교육 현장은 놀라움과 뜨거움의 연속이었다. 강사로 연장교육에 참여한 필자는 현장에서 성령의 역동적 역사를 분명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필리핀에 파송된 선교사 65유닛(unit) 중에서 무려 34유닛이나 참석하는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5개 현지 선교회로 분리된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모이지 못했던 필리핀 파송 선교사들에게 연장교육은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수행해온 사역을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게 하였다. 특히 대화를 통해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을 폭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선교사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사역을 넘어 현지선교회 전체가 함께 사역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의논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교회는 유래 없는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교회의 침체는 선교지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인 후원으로 연결되어 사역의 동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선교지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선교현장에 투입한 엄청난 기도와 눈물, 헌신과 물질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결코 없다. 

우리 총회는 선교정책과 선교현장을 리모델링(Remodeling)하고 리빌딩(Rebuilding)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돌파구가 선교사 연장교육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총회 세계선교부와 총회 산하의 모든 교회들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소명을 재확인할 뿐 아니라 선교 본래의 목적과 비전과 방향성을 재발견하고, 후원교회는 탈진 상태에 있는 선교사들에게 기도와 격려와 사랑으로 다시 활력을 불어넣으며, 여러 선교사들이 합력함으로 창의적인 공동의 비전이 선교지에서 추진되어 열방의 선교현장들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희망의 소식을 듣고 싶다. 사랑과 눈물과 땀으로 적셔진 선교지가 새롭게 수축되어 초대교회처럼 날마다 구원받는 자의 수가 더해지는 선교현장을 그리는 것이 비단 나만의 바람일까.

김승학 목사
안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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