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효율

[ NGO칼럼 ]

황덕신 목사
2018년 04월 03일(화) 15:28

'선교'와 '효율'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이에 순종한 헌신된 그리스도인들의 기도와 눈물, 열정을 어떻게 효율이라는 단어로 가늠할 수 있을까. 신대원 졸업 후 총회세계선교부에서 7년, 섬기던 교회에서 7년간 해외선교부를 섬기며 많은 선교사님들을 만났고, 다양한 선교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땅끝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시는 선교사님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많은 아쉬움과 쏟아지는 기도 제목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컴패션은 3가지 원칙으로 움직인다. '예수 그리스도 중심(Christ-centered)' '어린이 대상(Child-focused)' '교회 기반(Church-based)'이다. 기독교 단체라면 쉽게 외칠 것 같은 캐치프레이즈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1952년 한국 전쟁고아들을 위해 세워진 컴패션은 그때부터 한국이 직접 한국 어린이들을 돌볼 수 있기를 원했다.

문화와 언어, 정서가 같은 자국에서 어린이들이 양육 받을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이를 위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정착되기까지 60여 년이 넘도록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지금 후원자가 1:1결연을 통해 현지 협력교회에 세워진 어린이센터 안에서 전인적이고 지속적인 '양육'을 진행하게 된 데에는 바로 이런 수많은 고민과 기도 덕분이다.

지난해, 우간다컴패션에서 양육받은 리치몬드 완데라 목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배고픔과 무관심, 말라리아와 싸워야 하는 우간다의 슬럼가 나구루(Naguru) 출신이다. 하지만 컴패션에서 후원을 받아 우간다 명문대에서 경영학과를 수학했고, 성경적 세계관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미국으로 건너갔다.

무디신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석박사학위를 받고 목회자가 되었다. 리치몬드는 자신이 자라고 양육 받은 교회로 돌아가 사역했고, 2009년부터는 동아프리카 지역 목회자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목회자 제자훈련 네트워크'를 설립, 4000명 넘는 목사를 훈련시켰다. 이제 겨우 30대의 한 젊은 사역자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가 목양하는 성도들 숫자와 비영리 단체를 통해 훈련 받은 목회자 수를 성과로 효율을 가늠할 수 있을까?

선교와 양육은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을 존귀히 여기고 사람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사람에 관한 일이기에 효율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현재 컴패션에서 양육 받는 어린이들의 숫자가 180만 명 이상(이중 한국 12만 명 이상)이다. 이들이 모두 완데라 목사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월 한국의 회사원 한명이 소비하는 커피값 정도로 자신이 사랑받고, 교육받고, 먹을 것을 먹으며, 마음을 돌봄 받고, 병원에 다니고, 직업 훈련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큰 효율이 어디에 있을까. 특히 이 어린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고 어린이 즉, 사람의 존엄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환경은 바로 어린이들을 존귀히 여기는 어른들이다. 선교란 효율을 따져야 한다. 그럴수록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선교란 건물이나, 돈, 숫자보다도 더욱 하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존재, '사람에 관한 것'이다.

황덕신 목사
한국컴패션 사역개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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