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고유 서체 개발의 꿈' 이뤄질까

[ 교단 ] 서체 저작권 침해 분쟁 예방.... 3년전 추진됐다가 개발비용 난제로 접어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8년 04월 02일(월) 11:16

가칭 '대한예수교장로회체'라 부를 수 있는 교단 고유 서체가 개발될 수 있을까. 최근 교단 소속 교회들의 서체 무단 사용이 기획소송의 표적이 됨에 따라 3년전 추진됐다가 재정문제로 접었던 총회 자체 서체 개발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교단 고유의 기념서체가 개발돼 전국교회가 사용할 경우 정체성 강화 뿐 아니라 서체 저작권 침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독자적인 서체를 접하는 교단 교인들이 소속감이나 일체감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다.

총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지난 99회기에 '총회 100회 기념 폰트 개발'을 추진하기로 하고, 자체 소위원회를 구성해 연구한 바 있으나 예산 문제의 벽에 부딪쳐 사장됐었다. 당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서체 3종 세트를 개발해 저작권을 총회가 소유할 경우 1억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저작권을 개발사가 갖고 총회가 사용권을 얻는 것은 그 비용의 1/3 정도가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막대한 개발비용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기업들은 물론 대학교들도 '글꼴 마케팅'이 한창이다.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용서체를 개발해 사용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도 전용서체를 개발, 중소기업들이 서체 저작권에 대한 걱정없이 영상이든 인쇄든 웹모바일이든 다양한 매체에서 전용서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전용서체는 협동조합 등에서도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으니 소규모 조합이라도 서체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일은 없어 보인다.

▲ 34년전(1984년 69회 총회서 결의)부터 전국교회가 사용해온 총회 로고(라인, 흑백, 칼라).

고유 서체 개발은 정체성 확립과 브랜드화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서울한강체, 빛고을광주체, 제주한라산체, 양평군체, 울산중구전용서체 등 도나 시단위를 넘어 군 단위, 구 단위에서도 전용서체를 개발해 무료 배포 중이다.

원불교전용서체, 법정체, 가톨릭체 등 종교계에서도 오래전부터 전용서체를 개발해 사용 중이다. 가톨릭체는 천주교서울대교구가 2009년에 서체를 개발해 무상공급하고 있다.

교단 산하에는 3278개(2016년말 통계 기준)의 자립대상교회가 있다. 서체가 필요하지만 선뜻 구입할 수 없고, 주보제작은 목회자 스스로가 해야 하며, 동영상 제작이나 홈페이지 운영은 교인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지는 교회가 대부분이다. 무료나눔하는 서체들이 있지만, 매체 사용에 따라 저작권이 구분돼 있어 면밀히 살피며 사용해야 한다.

최근 서체 저작권 침해 공문을 받은 모 교회 사역자는 "목회사역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져 난감하다"며, "목회 지원 차원에서 교단이 배포하는 서체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교단이 보유하는 독자적인 서체는 목회자들의 목회지원 차원 뿐 아니라 교단 교인들에게는 '대한예수교장로교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며 소속감을 키우게 될 것이다. 교단의 독자적인 서체개발 추진에 대해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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