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와 목회자

[ 논단 ]

주연도 목사
2018년 03월 28일(수) 09:24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나도 당했다(#metoo)'라고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데서 촉발된 캠페인이 지금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여검사 서 모 씨가 JTBC방송 뉴스룸에 출연해 상사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폭로했고, 이제 수십 년 동안 부끄러워 발설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나도(me too) 누구에게 당했다'고 실명을 밝히며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생 동안 쌓았던 공적과 명예가 괴멸된 저명인사들이 한둘이 아니고, 고위공직에서 사퇴는 물론 선거 출마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고, 검찰의 심문을 받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천하보다 귀한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자기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변명하고 고소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기가 믿는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여 용서를 받았다고 간증하는 이도 있다. 

미투에 성직자들은 깨끗한가? 안심해도 되는가? 통계에 의하면 성직자의 성폭력 사건은 연평균 400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10배 이상 될 것으로 유추한다. 이유는 성직자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종교의식 구조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고도 감히 미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자 중에는 목사를 통해 복을 받는다고 믿어 저항하거나 잘못을 고발하면 무서운 심판을 받는다는 샤머니즘적 신앙으로 그냥 덮고 넘어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성직자의 성범죄는 세인들의 성범죄와 다르다. 성직자는 성도들의 영혼의 아버지요, 정신적 스승이다. 성직자의 성범죄는 마치 육신의 아버지가 자기 친 여식을 욕보이는 것과 같다. 성직자에게 성적 피해를 입은 신자는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입을 뿐만 아니라 신앙적인 혼란과 실망으로 영영 교회를 떠나고 그 영혼까지 죽이는 결과를 초래케 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불신을 당하고 비난을 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한 마디로 교회로서의 거룩성을 상실하고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책임의 중심이 교회 지도자 특히 성직자라고 본다. 성직자는 사회 지도자와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도덕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요구가 충족되지 못함으로 사람들을 실망케 하고 결국 교회를 비난하고 떠나게 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하여 성 개방을 당연시하고 동성 간의 성행위를 합법화할지라도 간음은 분명히 죄다. 주님은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 5:28)고 하셨다. 이 말씀 앞에 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륜, 성희롱, 성추행, 동성애 등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인 것이다. 

"여자와 돈은 멀리하라. 설교는 못해도 교회에서 쫓겨나지 않지만, 여자 문제나 돈 문제가 생기면 목회를 망친다. 그 스캔들이 꼬리표로 붙어다녀 결국 목회 인생을 망치고 만다." 이 말은 필자가 신학교를 다닐 때 목회학을 가르친 새문안교회 고 강신명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다. 그는 강의 시간마다 이 말씀을 반복해 학생들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였다. 오늘의 목회자들도 명심할 말이다.

교회에는 남성보다 여성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목회자는 남성보다 여성을 더 많이 접촉하기 마련이다. 목회자의 심방과 상담은 대부분 여성도와 함께 이뤄진다. 그러므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으므로 정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못된 교회는 목회자에게 7계를 씌워 몰아내기도 한다. 이제 미투로 말미암아 우리교회와 사회가 좀 더 깨끗해지기를 기원한다.

주연도 목사
광주동성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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