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경작하자

[ 논설위원 칼럼 ]

이홍정 목사
2018년 03월 27일(화) 16:15

2018년은 한반도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지 70년이 되는 해요, 이로 인한 한반도의 영구분단화에 저항하기 위해 촉발된 제주 4.3 사건이 70년을 맞는 해이다.

해방 3년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자주독립통일국가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몸부림들이 미소 냉전으로 인해 좌절되고 남과 북에 각각 적대적 냉전이데올로기를 국시로 하는 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분단냉전체제인 판문점체제가 고착화되었고 남과 북은 냉전의 사회화를 이루며 분단이 가져온 총체적 소외현상을 내재화해 왔다. 1945년 이후 미완의 해방 73년은 분단과 냉전의 극복 없이 온전한 자유와 해방은 없다는 민족사적 교훈을 체득한 세월이다.

분단은 사회학적 '원죄'로 민족공동체의 생명을 절망의 한계 상황 속에 고착시켜온 근본원인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에게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고 민족생명공동체를 온전히 회복하는 일은 신앙의 문제이다.

분단상황은 치유와 화해의 과정을 통해 정의와 평화를 입맞추게 하시는 하나님의 영과 하나님의 사람들의 현존이 함께 하는 상황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한반도가 하나님의 평화의 진원지요 한반도의 각성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평화선교를 위한 인식론적 특권을 지닌 참여자라는 선교적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분단과 냉전의 악의 구조의 한복판에서 솟아나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에 관한 희망, 그 자체가 하나님의 선교사건이요 하나님의 구원행동이다. 민족의 복음화와 평화통일은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는 하나님의 선교의 과제로 평화통일의 과정 속에 복음화의 노력이 내포되고 복음화의 과정 속에 평화통일을 향한 진보가 이루어진다.

분단냉전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깊은 상관성 속에서 성장해온 한국교회가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이라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며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회 안에 깊이 내재된 냉전의식이다. 한국교회는 이념과 정치를 앞세워 냉전논리에 편승하였고 반공을 신학화하며 '빨갱이' 집단살해를 정당화하였다.

분단이 남긴 상처를 외면한 채 평화의 사도로서의 사명을 저버리고 용서와 화해의 정신 대신에 냉전이데올로기를 신앙화하므로 사실상 분단을 정당화하였다. 한반도 현대사의 저변에는 한국교회의 평화선교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집단적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분단과 냉전의 한반도에 평화의 봄을 경작하는 하나님의 시간, 카이로스이다. 평창을 시작으로 2020년 동경,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올림픽을 역사적 계기로 삼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공동의 평화와 안보를 정착시키는 평화연대를 가동하자. 남과 북이 모든 대립과 갈등의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용서의 손길을 내밀며 치유되고 화해된 한반도를 향해 어깨동무를 하게 하자.

힘을 사랑하는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향한 탐욕과 경쟁의 마음을 버리고 평화공존에 이르는 길을 함께 열어가게 하자.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의 일곱 세대들에게 분단의 갈등과 고통을 대물림 하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말자.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마음 속에 DMZ 세계평화축제와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건설에 대한 비전이 넘쳐나게 하자. 이 땅의 교회들이 드리는 기도 속에 분단과 냉전으로 상처 입은 민족을 향한 사랑과 용서, 치유와 화해, 정의와 평화의 갈망이 넘쳐나게 하자.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끝이 아니었듯이 분단이 하나님이 이끄는 우리 민족 역사의 끝이 아님을 온 세상에 선포하자.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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