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부정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8년 03월 27일(화) 16:14

최근 우리 사회는 또 다시 큰 충격을 느낄만한 사건을 접했다. 역대 대통령 중 4번째로 구속된 사건이다. 이번에 구속된 전 대통령은 정당치 않은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등 구속 사유만 해도 18가지가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재판과정에 진의가 밝혀질 것이고 결과에 따라 처벌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지켜 보는 국민들, 특히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착찹하기 이를 데 없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지지를 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국민투표에 의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국가를 대표자로서 권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단 국민 정서상 납득할 수 없는 부정행위가 있었을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

아무튼 5년여 전에 대통령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이 현행법에 의해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썩 달가운 일아 아님이 분명하다. 특히 부정과 부패 그리고, 권력을 남용해서 사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구속됨으로써 국민들 또한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속되는 과정에서부터 앞으로 진행되는 재판과정에도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들도 주목할 것이고, 결과에 따라 대서특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당사자를 포한한 가족과 주변 인물들은 물론이고 우리 나라 국민들 모두가 오늘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생겨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건 현행법에 따라 구속되는 사건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모두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현실 부정'이라는 말은 현재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않은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 전직 대통령 구속 사건을 보면서 놀람을 금치 못하는 그룹을 꼽는다면 기독교계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교회에 소속한 '장로'이기 때문이다. 그는 공직에 있으면서도 신앙적 내용을 담아 표현하기도해 물매를 맞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방어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직 대통령의 구속은 기독교계에 적지 않은 충격일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를 향한 안티누리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말 좋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이제 지울 수 없는 뼈아픈 사건이 됐다. 당사자는 동원할 모든 방법으로 제기된 문제를 부정하면서 대응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과정과 결과를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다.

이 때 기독교계가 감당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정치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당부분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추종해왔던 이전의 모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지속해서 따라야 한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함께해 왔던 기독교인들은 오늘의 시점에서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현실 부정'을 할 수 없는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 기독교계가 또 다시 깊은 상처를 입는 일이 없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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