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마을공동체

[ NGO칼럼 ]

정인곤
2018년 03월 22일(목) 09:47

어렵다, 힘들다는 말이 청년학생 사역자와 활동가들 입에서 흘러나온다. 일단 모이고 만나야 하는데, 20대 혹은 대학생들을 만나기 어렵다. 밥 먹자고, 차 마시자면서 약속을 잡으려고 해도 알바나 팀플 등으로 잡은 약속마저 깨지기 일쑤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전망의 부재다. 미래 전망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나 단체 단위에서도 전망의 부재로 방황하고 있다. 지역교회나 선교단체에서 여름겨울 수련회와 함께 해외선교여행을 병행해왔다. 해외선교여행은 열심있는 청년학생들이라면 꼭 하는, 꼭 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었다.

현재는 해외선교여행 회의론이 널리 퍼져있다. 이런 흐름은 2007년 여름 아프간 피랍 사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기독교인과 선교여행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셌다. 점차 교회 안의 청년학생들도 해외에 나가 공격적이고 무례하게 선교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이는 단지 해외선교여행의 열기가 식은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잃은 것이다.

'남측 대학생들은 통일에 관심도 없고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어요.' 한국생활 5년차 탈북 청년이 불쑥 던진 말이었다. 이 청년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현재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시기를 지내고나니, 그의 눈에 한국의 청년학생들 삶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북 분단이라는 가장 큰 문제를 방치하고 취직하고 소비하고 연애하는 데만 쏠려있다는 것이다. 예리한 지적이다. '큰 현상'은 못 보고 눈앞에 마주한 것만 보는 건 전망을 상실한 결과다.

워라밸 현상, 욜로족과 딩크족 출현은 기존 삶과 문화를 부정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직장생활과 개인적 삶의 조화를 추구한다.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은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회복하고자 한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은 가부장 문화 속에서 여성이 육아 전담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분위기는 교회 안에서도 제법 퍼져있다. 이런 흐름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중요한 건 왜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 아는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고 참여해왔다. 15년째 마을공동체운동을 해온 셈이다. 마실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살자 결심하니, 마을밥상과 마을찻집이 생겨났고, 마을학교(대안학교)와 마을도서관도 만들게 되었다. 마을 생활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비혼 청년들은 한 집에서 모여 살며 결혼한 가정의 아이들을 때때로 육아 품앗이도 한다. 돈이 없어도 풍족한 삶을 누리고 도시에 살면서도 마을 이웃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청년의 삶을 살면서도 미래의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갈 수 있다. 생계 문제로 양심과 철학을 포기하지 않으며 마을운동 하면서 서로의 꿈을 실현해준다. 마을공동체운동이 청년학생들의 미래 전망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마을공동체운동은 더불어 사는 삶과 문화를 일구어간다. 마을공동체운동은 가서 전하는 것과 와보라 초대하는 것을 통합한 새로운 선교방법론이다. 마을교회에서는 삶을 나누고 긴밀하게 소통한다. 교회는 한몸됨을 추구하며 마을 안의 다양한 차이와 동행한다. 마을공동체운동은 남과 북 그리고 흩어진 겨레가 생명평화공동체를 지향하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마을공동체 삶은 그동안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오래된 미래이자 새로운 문명이다.

정인곤 사무국장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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