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부모ㆍ형제만큼 친밀하자"

[ 연재 ] ⑨마을목회 사례 - 광양 풍성한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8년 03월 06일(화) 11:20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광양 풍성한교회(정종필 목사 시무)는 교회가 '섬김'과 '나눔'이라는 분명한 소명을 품고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표적인 '마을 교회'로 꼽힌다.

풍성한교회가 위치한 지역은 광양읍에서 불과 5분 내에 위치한 거리지만 상습 수해 피해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낙후됐을 뿐 아니라 이로인한 인구감소는 물론 고령화, 기존 교회에 대한 평판 등으로 목회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개척후 5년이 지난 지금 재적 인원 65명, 주일 낮 예배에 평균 40여 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어르신들은 내 부모님 섬기듯, 지역 주민들은 내 형제 대하듯 마을 속으로 깊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을목회는 지역주민과 얼마나 친밀해지느냐에 달려있다. 정종필 목사에게 그 시작은 '인사목회'였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무조건 두 손을 잡고 따뜻한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인사와 함께 하나 더! 바로 '붕어빵'으로 마음을 전한다.

편의점 하나 없는 외진 지역에서 정 목사와 교인들은 붕어빵을 굽고 나누기 시작했다. 붕어빵을 들고 마을회관 노인정 등 마을 전체를 누비면서 따뜻한 인사와 붕어빵을 나눴다. 이뿐 아니다. 정 목사는 교회차에 콩나물 두부 양말 옷 덧버선 스카프 뻥튀기 등 다양한 물품과 먹거리를 싣고 지역을 돌면서 필요한 이들과 나눈다. 직접 경로당을 찾아가 노인분들의 헌 양말을 새것으로 바꿔 신겨드리면 어느새 벽처럼 높게 쌓였던 그들의 마음이 허물어지고 정 목사는 '목사아들'이 된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개척 후 1년이 되는 날 증명됐다. 교인들과 함께 '섬김과 나눔 잔치'를 열었는데 이날 지역주민 90%가 참여하는 마을 잔치가 되었다. "마을이 생긴 이래 이런 행사는 처음이었다"면서 기뻐하는 지역 주민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고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서로 위로하며 교회와 주민들이 더욱 돈독해졌다.

요즘은 어르신들을 골목에서 만나면 목사와 교인들을 피하는데 그 이유가 '교회에서 도움만 받아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정 목사와 교인들은 더욱 따뜻하게 안아드린다. 교회에 출석하든지 하지 않든지 이미 마을의 모든 주민들을 교인으로 품었기 때문이다.

"교회라는 것이 생기면서 마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주민들의 말처럼 실제로 풍성한교회가 세워진 후 마을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개발이 제한된 마을길을 걷다보면 아무래도 우중충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마련이다. 정 목사는 총회 서부지역 농어촌선교센터 자원봉사 단체인 '나로인해'(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가?를 주제로 모인 문화사역 자원봉사 단체)를 소개받아 마을 담벼락에 벽화 그리기를 시도했다. 모든 비용은 교회에서 부담했다.

"마을이 밝아졌다", "마을이 아름다워졌다", "마을이 좋아지나보다". 지역주민들은 흥분했고 지역신문에 보도되면서 '아무도 찾지 않았던 마을'에서 '누구나 찾아 오는 마을'로 변했다. 생기없던 마을에 발걸음이 늘어나자 지역 주민들도 신기해했다. "우리 마을에 사람들이 다 찾아오네!", "교회라는 것이 생기니 달라지네".

최근 풍성한교회는 지인에게 뻥튀기 기계를 선물받았다. 이제는 '붕어빵'과 '뻥튀기'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인사를 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더욱 신이 났다. 푸드트럭에 붕어빵과 뻥튀기를 싣고 다니면서 지역의 작은 교회도 찾아나선다. 더 많은 이웃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풍성한교회는 이 외에도 지역을 위해 노인대학 문화체험 등 다양한 사역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의 대형교회와 비교할 때 언뜻 작고 미약해보이는 것들이지만 마을에 필요를 분명히 알고 그들의 요구에 즉각 응답할 때 교회도 마을도 서로 상생할 수 있다. 풍성한 교회가 바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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