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상화폐 ③진화하는 첨단기술

[ 특집 ] 안정성 확보, 노력ㆍ시간 필요해

노영상 목사
2018년 02월 20일(화) 11:35

가상화폐의 광풍이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갔다. 정부는 실재적 내재가치가 거의 없는 이런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살피며 나름의 규제를 만들어 공표한 바 있다. 가상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또는 전자화폐를 말하며, 암호화폐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서 이런 가상화폐 중 유명한 것들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있다. 
오늘의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르는데,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 회사의 경우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대표적인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에 적용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며,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여러 컴퓨터가 10분에 한 번씩 이 기록을 검증하여 해킹을 막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이 보안상의 더 큰 효용성을 가지려면 많은 사람들이 이에 접속하여 이를 이용하여야 하는데, 이를 이용할만한 유인책이 별로 없어 접속자들에게 비트코인이란 보상을 주어 이를 많이 사용하게 하고 있는바, 최근 들어 이 비트코인이 오프라인 상에서 거래하는 일에도 사용되고 있는 등 효용성이 있어 이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비트코인은 사이버 머니와도 그 성격이 비슷하다.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템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그 아이템을 얻으려면 사이버 머니가 필요하며, 이 사이버 머니를 구입하기 위해 돈을 오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블록체인의 컴퓨팅 파워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 확실한 근거가 없어, 최종적으로 큰 버블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에 대한 기본적인 규제안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는 말이 화폐이지 실거래에 쓰이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결재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든지, 비트코인의 가치가 등락의 폭이 너무 커 안정화 되지 않은 자금 축적의 수단이라는 것도 문제인바, 보편적 통용을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의 실제 규제안을 보면 전면 거래금지가 아닌 금융기관 진입금지, 이용자 본인 확인 의무, 미성년자, 외국인 계좌개설 금지, 고객자산 별도예치, 설명의무, 자금세탁방지 의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당초 예상보다 규제강도가 강하지 않았고 가장 시급한 현안들을 합리적으로 짚어낸 것 같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의 화폐는 생각보다 역동적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 사용된 금은동 등으로 만든 주조화폐는 주후 640년경 리디아에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주조화폐들은 다시 녹여 평범한 금속으로 만들었을 때에 그 가치가 주조화폐의 가격과 같았던 것이다. 당시 주조화폐 사용자들은 이런 가치를 믿고 거래했기 때문에 이런 동전들을 종이로 가치를 대신해 거래하는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0년 후 중국 사람들이 최초의 지폐를 발행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경제적, 금융적 사고에서부터 나온 것이 아닌 구리가 부족하여 임시방편으로 발행한 것이었다. 이 지폐는 얼마 가지 않아 발행과 유통이 금지되었다. 

이로부터 약 800년의 시간이 흐른 후 종이지폐는 17세기 말 스웨덴에서 발행되게 된다. 처음에는 명목적으로 귀금속으로 태환할 수 있는 종이지폐였지만 이마저도 통화정책 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금과의 고리를 끊게 된다.

이후 1950년 첫 신용카드가 선을 보이게 된다. 그 후 1984년 직불 카드의 출현과 함께 플라스틱 머니의 시대가 도래 했고, 짧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페이팔이 등장했고, 그와 유사한 형태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디지털 화폐가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보급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불과 20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사용 가능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 구축된 것이다.

오늘날 인류는 오늘날 해킹의 위험이 없으며, 보다 안정된 통화의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이 비트코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 될 것인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것 같다. 계속 기술이 발전하므로 우리에게 더욱 편리한 통화의 수단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중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지폐도 궁극적 안전을 우리에게 주지는 못한다. 전쟁이나 국가부도 등 국가적 위험이 생길 경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으며, 국가의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금전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나 은행에 들어가는 비용과 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울러 은행에 넣은 우리의 돈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도 망할 수도 있는 것이며 해킹 등이 문제로 재정상의 손해도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블록체인과 같은 보안이 확실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관리하는 보다 효율적인 체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탈중앙집권적인 가상통화가 우리의 현 통화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예상하기 힘든 문제라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보편적 통화로 활용되기 위해 해결할 많은 문제들이 있으므로, 섣부른 희망은 금물인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블록체인이란 보다 보안이 확실한 컴퓨팅 체제를 만든 것은 같으나, 아직 기술적으로도 해결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이런 현실에서 개미 군단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섣부른 투자는 큰 손실을 낼 수도 있는 것이므로 여간 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직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로 불리지만 돈으로 간주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다만 보안이 확실한 안정된 거래 장부를 블록체인이 마련해주었다는 정도로 오늘엔 생각하고, 그것의 통화로서의 진정된 가치는 내일의 컴퓨터 기술에 의존해야 할 것 같다.

노영상 목사
호남신대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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