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를 위함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8년 02월 13일(화) 14:27

구약성경 에스더에 '이 때를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 유다 민족을 멸하려는 하만의 계략을 알게된 모르드개가 왕후 에스더에서 이 일을 알리고 자 한다. 그러나 왕 앞에 함부로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에스더는 처음에 왕 앞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함을 모르드개에게 통보하지만 모르드개는 "너는 왕궁에 있으니 모든 유다인 중에 홀로 목숨을 건지리라 생각하지 말라"(에 4:13)고 꾸짖는 말과 함께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는 것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4:14)고 전한다.

이같은 모르드개의 강한 어조에 에스더는 회답을 통해 유대인들이 3일간 금식할 것을 명하고,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4:16)고 결단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왕후가 된 것은 어려울 때에 민족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했고, 에스더는 민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 놓으며, '죽으면 죽으리이라'로 화답했다.

우리나라 평창에서 한창 동계올림픽이 진행중이다. 이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 간에 때아닌 이념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고조되기 시작한 한반도의 냉전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성급한 사람들 사이에는 한반도의 위기설까지 나왔다.

그야 말로 한반도의 정세는 바늘만 대면 터져 버릴 것 같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는 고무 풍선과 같았다. 그 원인은 북한의 잇따른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제재 조치가 잇따르면서 금방이라고 큰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2011년 7월에 확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일정이 다가오면서 한반도내 긴장 상태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남북한은 2018년을 들어서면서 평창올림픽에 초대와 이에 참석하겠다는 의사가 가고 왔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내용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고위급 회담이 이루어 지고 북한 예술단의 남한에서의 공연과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으로 입장하고,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에 북한 선수를 포함하면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모르드개가 에스더를 향해 왕후로 세운 것이 '이 때를 위함'이라고 말함으로써 죽음에서 민족을 구하도록 했듯이, 2011년에 결정된 평창동계올림픽이 초 긴장상태에 놓여 있던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가 완화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에스더와 같이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와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죽음을 각오한다는 것은 결국 내 것을 내어 놓는 행위이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 놓고 민족을 구원하는 각오가 필요한 때이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모두가 우려하는 핵무기를 내려 놓아야 할 것이고, 국제 사회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한국교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평화 올림픽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해 왔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올림픽 이후에는 이 땅에 대화와 화해 그리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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