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자녀, 하필 불교계 학교에 배정 … "고통스럽다"

[ 교계 ] '학생의 종교자유'와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 여전히 충돌, '회피 및 전학제도' 도입 시급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8년 02월 08일(목) 13:05

지난 2월 2일 중학교 입학 배정통지서를 받은 하은(가명)이네는 당혹감에 빠졌다. 집에서 갈 수 있는 일반 공립중학교 두 곳이 더 있었는데, 하필이면 불교계 중학교에 배정된 것. 하은이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회자 가정이다.

하은이 부친은 대치동에서 교회를 개척해 단목목회 중이고, 모친은 장신대 교육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을 공부 중이다. 목회자 가정인지라 불교계 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은 피해보고자 지역 관할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그 학교만 피해서 배정해 달라'고 네 차례 요청했지만 '불가' 답변을 받았고, 결국 불교계 중학교에 배정받았다. 하은이 엄마는 "학교를 방문해보니 학교안에 법당이 설치돼 있고, 교문에서부터 불교의 용어와 교리가 가득차있음을 볼 수 있었다"며 어떻게든 전학을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는 기독교뿐 아니라 종교를 가진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겪는 문제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계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할텐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중학교 진학시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에 의한 지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배정한다. 때문에 학교와 학생 간 종교 갈등의 문제가 늘 도사리고 있다.

결국 하은이 엄마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가정의 고통을 호소하며 학교배정의 비합리성 지적과 함께, 학생의 종교적 인권과 종교계학교의 종교교육의 권리를 위해 '회피 및 전학제도'를 시행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1974년 고교평준화와 종교의 자유'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회피 및 전학제도'는 평준화 체제 속에서 원치 않는 종교계 학교에는 배정되지 않고 '회피'할 수 있도록 학교 배정제도를 개선하고, 학교입학 후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전학을 희망할 경우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평준화 제도 속에서는 '학생의 종교 자유'와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유'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상임이사:박상진)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로 나온 정책이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 권리와 학생의 종교적 인권 사이 갈등의 시작은 결국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평준화제도 때문이기에 국가의 일방적인 배정이 야기하는 문제를 푸는 열쇠를 쥔 기관은 정부다. 전문가들은 평준화 제도의 유지 아래서 종교에 대한 학생과 종립학교의 기본권이 충족되려면 '회피 및 전학제도'의 도입은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하은이네는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를 옮기는 것은 배정받은 학교와 새로 갈 학교의 교장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조언을 얻어 배정받은 학교 교장을 찾아가 학군 내 타 학교 자리가 나면 옮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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